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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韓 SKT·KT도 화웨이 안써"···'反화웨이' 동참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결정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즉각 환영 메시지를 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영국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제품을 금지해 국가안보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그리고는 "체코·덴마크·에스토니아·라트비아·폴란드·루마니아·스웨덴 등 미래의 통신망에 화웨이의 사용을 금지하 나라의 대열에 영국도 합류했다"고 말했다.

영국 '화웨이 퇴출' 선언한 날 한국 기업도 언급 #'파이브 아이즈' 중 입장 안 밝힌 캐나다도 압박 #삼성전자 5G 기대 높아졌지만 반도체엔 마이너스

영국이 이 대열에 끼면서 당장 곤란해진 건 캐나다다. 캐나다는 미국·호주·영국·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 네트워크인 이른바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소속이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들 나라 중 화웨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곳은 캐나다뿐이다.

다른 동맹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의 지오, 호주의 텔스트라, 한국의 SKT와 KT, 일본의 NTT와 같은 깨끗한 통신사들과 다른 업체들도 역시 그들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각국은 5G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 프라이버시, 지적 재산권, 또는 인권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美 동맹국으로 전선 본격 확대

14일(현지시간) 영국 내에 위치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회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내에 위치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회사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퇴출 선언'까지는 아니라도 미 우방국 사이에선 '탈 화웨이' 움직임이 뚜렷하다. 5일 로이터통신은 기욤 푸파르 프랑스 사이버방첩국(ANSSI) 국장이 자국의 통신사들에게 앞으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푸파르 국장은 "전면 사용금지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화웨이와 계약하지 말아 달라고 권유한 셈이다. 앞서 인도와 일본 정부도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속속 진영이 갖춰지는 가운데 한국을 향한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우리로선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모른척하기도, 최대 수출국 중국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 입장이다.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 등 100여곳의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 관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SKT와 KT 같은 깨끗한 회사들"이라고 콕 찍어 표현한 건 간접적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화웨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4일 "프랑스의 오렌지, 인도의 지오, 한국의 SKT 및 KT, 일본의 NTT가 (화웨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깨끗한 통신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몇 주 전 캐나다의 3대 통신사는 (화웨이 대신) 에릭슨, 노키아, 그리고 삼성과 파트너십을 맺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5G 통신장비 부문에서 2019년 4분기 매출 기준 화웨이(31.2%), 에릭슨(25.2%), 노키아(18.9%)에 이어 4번째 세계 점유율(15%)을 기록했다. 앞서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는 삼성전자가 1위(37.8%)였지만 화웨이에게 유럽 시장을 빼앗기면서 점유율 4위로 내려앉았다. 업계에서는 5G 통신 장비 생산 기술이 없는 미국이 삼성전자를 화웨이의 대항마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는 유럽 외에도 동남아 시장을 대거 선점했는데, 내심 삼성이 동남아 네트워크 시장을 탈환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삼성에는 '양날의 칼'

삼성전자 5G 부스. [사진 삼성전자 미국 뉴스룸]

삼성전자 5G 부스. [사진 삼성전자 미국 뉴스룸]

영국의 이번 결정은 그만큼 화웨이에게 뼈아프다.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유럽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영국의 발표 직후 "영국의 모든 모바일 사용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라며 "이번 결정의 재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를 염탐하는 건 미국"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영국에 대해서는 절박하게 호소하는 모양새다.

반면 삼성의 5G 장비 수주는 늘 전망이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은 화웨이 대신 삼성에서 통신장비를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화웨이 퇴출이 공식화된 날 삼성은 차세대 6G 비전을 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삼성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화웨이가 삼성에는 '양날의 칼'이어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웨이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등 부품을 사 가는 5대 고객사 중 하나였다. 화웨이가 어려워지면 반도체 수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화웨이는 올해 들어 삼성의 주요 고객 목록에서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며 부진이 깊어지면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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