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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서 흥청망청 파티" 주일 美기지서 136명 확진에 책임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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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전경. 이 기지에서 15일까지 7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전경. 이 기지에서 15일까지 7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미군 기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미국의 감염방지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도 시작됐다.

캠프 한센에서 신규 확진자 36명 나와 #오키나와 미군, 누적 감염자 136명 #미군, 확진자 동선 공개 등에 비협조 #고노 방위상, "미국 대응 문제 있다"

15일 NHK에 따르면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 등 4개 지역에 걸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핸슨'에서 이날 36명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확인됐다. 71명의 확진자가 나온 후텐마(普天間) 비행장과 5명의 환자가 나온 가데나(嘉手納) 기지 등을 포함해 오키나와 미군기지 전체에서 파악된 누적 감염자 수는 136명으로 늘었다.

"미군들, 해변에서 팔짱 끼고 파티"

이에 대해 고노 방위상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중대한 상황"이라며 "미군 측의 감염 방지책에 일부 문제가 있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일본 내 미군기지에서 다수의 감염자가 나온 후 일본 정부가 미국 측의 대응 미비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캠프 포스터'에서 미 해병대원이 코로나19 방역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키나와 미군기지 '캠프 포스터'에서 미 해병대원이 코로나19 방역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노 방위상이 지적한 내용 중 하나는 허위 신고다.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기지에 배속된 미군 관계자 3명이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들은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민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당국에는 렌터카를 이용하겠다고 거짓 신고를 했다.

주일미군 내 허술한 방역 관리도 거론됐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오키나와 해안가 곳곳에서 대규모 바비큐 파티가 열렸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미군 관계자 수백명이 음악에 맞춰 어깨동무하고 춤추는 모습도 담겼다.

주일미군, 미즈기와 대책의 구멍 

미국은 오키나와현의 정보 공개 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주일미군은 애초 미 국방부 방침을 근거로 기지 내 확진자 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오키나와현은 이런 미군의 요청을 거부하고 감염자 수를 언론에 공개해버렸다.

하지만 미군 감염자의 동선 등 오키나와 주민 방역 대책에 필요한 정보는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오키나와 지사는 이런 미국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15일 도쿄 주일미국대사관에 정보 공유를 신청했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로이터=연합뉴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로이터=연합뉴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14일 "미국 측에 감염방지를 위한 엄격한 조치를 요구하는 동시에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 신문은 15일 사설에서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자 수, 사망자 수 모두 세계 최다로 원래는 일본의 입국 거부 대상국이지만, 미군 관계자는 일·미지위협정에 따라 검역 없이 기지를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며 "주일미군이 일본 정부 미즈기와(水際) 정책의 구멍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즈기와 정책은 국경이나 항구, 공항 등을 막아 감염원이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말한다.

마이니치는 또 "반면 주한미군은 군 관계자의 감염이 판명된 경우, 어떠한 경위로 입국해 감염이 발견됐는지를 공표하고 있다"며 비슷한 대응을 주일 미군에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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