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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회사원으로 둔갑…90년대생 노린 ‘작업대출’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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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대학생 A(26)씨는 은행을 찾았지만, 소득이 없어서 대출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돈을 구할 곳을 찾던 A씨는 직장인으로 서류를 위조해주겠다는 ‘작업대출업자’를 알게 됐다. 이 업자는 A씨 명의로 위조한 급여통장 예금입출금내역서와 재직증명서를 통해 저축은행 두 곳에서 석 달 동안 총 1880만원을 비대면으로 대출받았다. A씨는 이 업자에게 대출금의 30%인 564만원을 수수료로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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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대출 시스템 파고든 작업대출

금융감독원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소득증빙서류를 전문적으로 위조해 대출을 받도록 해주는 ‘작업대출’이 늘고 있다며 14일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작업대출업자는 주로 소득이 없는 20대(90년대생)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400만~2000만원의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증빙서류를 위조해줬다. 작업대출이 성공할 경우 대출금의 약 30%를 수수료로 챙겼다.

금감원이 올해 초부터 저축은행업계와 함께 고객이 제출한 소득증빙서류의 진위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가공의 회사에서 발행한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를 제출하거나, 급여통장의 입출금내역서를 위조하는 등 43건, 총 2억7200만원의 작업대출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이 14일 청년층에게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대출을 받게 하는 '작업대출'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14일 청년층에게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해 대출을 받게 하는 '작업대출'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융감독원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4대보험 서류나 재직증명서를 위‧변조하는 방식으로 작업대출이 이뤄졌다. 대출한도가 낮은 직장인이나 저신용자, 대출 부적격자의 경우 대출한도를 높일 수 있도록 급여명세서, 급여통장을 위‧변조했다. 청년들은 주로 작업대출업자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광고를 올린 광고를 보고 작업을 의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업대출은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창구 방문 없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악용한 셈이다. 저축은행 직원이 대출 희망자가 실제로 근무하는지를 전화해서 물어보면 작업대출업자가 회사 관계자인 척하며 재직 중이라고 속였다.

공문서위조·사기죄로 형사처벌 받을 수도 

작업대출을 이용하면 공‧사문서 위‧변조에 가담한 공범으로 징역 또는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형법상 공문서 위‧변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 사문서를 위‧변조할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작업대출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사기죄에도 해당한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출과 관련해 허위 또는 위‧변조 자료를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재돼 모든 금융회사에서 금융거래가 제한되며, 금융회사 취업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업대출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에 비대면 대출의 확인절차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며 “금융회사는 작업대출을 적발할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 엄격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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