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필요한 딸 위해 사장직 더는 못합니다" 야후 염진섭 사장

중앙일보

입력

"아쉽다기 보다는 시원한 기분입니다. 1999년 12월부터 다른 사람이 야후코리아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야후코리아의 창립자이지만 오너는 아닌 상황에서 '야후코리아〓염진섭' 이란 등식이 굳어지는 것은 조직에 좋지 않기 때문이지요. "

오는 4월30일 야후코리아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야후코리아의 고문과 이사회 이사 직책을 맡게 되는 염진섭(48.사진) 사장은 퇴진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99년 12월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야후 사장단 회의에서 사표를 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모두 세번이나 야후 본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를 낸 이유에 대해 그는 "가족과 함께 있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10년전 병에 걸린 큰 딸(19.고3) 의 상태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나빠져 미국에서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시간을 더 많이 쏟아야 하는 개인적인 사유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들은 아빠의 특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한 상태에 있었고 이제 더이상 지체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염사장은 97년 9월 야후코리아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준을 새로 세우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야후코리아를 설립할 때는 인터넷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러니 온라인 광고 단가 등 사소한 것부터 기준을 만들어야 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염사장은 5월초 미국으로 떠나 4~5개월간 그곳에 머물 계획이다.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최고경영자(CEO) 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투자해 놓은 40여개 벤처에 대한 자문과 벤처캐피탈이나 엔젤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문화 쪽에 관심으로 쏟을 예정입니다. 여행전문지인 어브로드 코리아(Abroad Korea) 등에도 이미 대주주로 참여해 있는 상태이지요.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