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나도 일하고 싶다] 3. 창업도 길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주 토요일(10일)오후3시 서울 구로동에 있는 이랜드 내의체인점 사업설명회장.2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인사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드문드문 남자들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이 여성.그것도 이 시간이면 집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30∼40대 주부들이다.

노원구 하계동에서 온 강을숙(36)주부는 “두 딸(10세·6세)도 다 컸고 남편벌이에만 의존할 수 없어 내 일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혼전 5년동안 공무원 경험을 살릴 만한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를 썼지만 전업주부 10년이 너무 길었는지 제대로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편 뒷바라지 ·아이 키우기 ·집안 살림에서 벗어나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주부들이 재취업의 벽을 실감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참에 ‘내 일’이 아닌 ‘내 사업’을 벌려 성공한 사람들도 꽤 된다.

임수경(33 ·서울 송파구 문정동)주부는 평범한 주부에서 지난해말 휴디자인이란 사업체를 차려 사장으로 변신한 케이스.

임씨는 당초 사업까지 벌릴 계획은 없었다. 단지 결혼전 5년간 대기업 전산실 프로그래머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다시 취업할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1년동안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웹디자이너 등 관련자격증도 취득했다.

“다른 젊은이들에 비해 실력이나 경력에서 뒤지지 않는데 단지 주부란 이유로 받아주질 않더라구요.”

임씨의 축처진 모습을 보고 남편이 사업을 부추겼다고 한다.

“그동안 당신의 노력은 가상했어.직장 경험도 있는데 굳이 취업할 생각만 말고 내친 김에 내 사업을 해도 괜찮지 않겠냐”란 남편의 격려에 힘을 얻었다고 한다.선뜻 사업자금도 대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5백만원으로 월세 사무실을 얻고 컴퓨터 몇대를 장만해 시작했는데 요즘은 일이 넘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임씨는 아직까지 성공했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월세·직원 월급을 주고도 살림에 보탬이 될만큼 금액이 남는다고 전했다.

한국창업지원센터 고종옥(42)소장은 “주부들이 창업에 나설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이 자금문제인데 전문직종에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소자본으로 창업가능한 소호아이템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아이템은 소규모 점포나 집에서 사업하는 것으로 일에 따라선 프리랜서처럼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최근 IT(정보통신)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사이버공간을 활용한 꽃배달·아동복판매 등 다양한 업종이 등장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 대방역 건너편에서 원룸숙박업 ‘코쿤하우스’를 경영하고 있는 이다현(35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주부는 부당한 남녀차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건강식품판매업 ·음식점업 ·숙박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경우.

이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컴퓨터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일했지만 학력·남녀 차별로 한계를 느껴 8년만에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일찌감치 내 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신혼 재미가 한창이던 결혼 1년만에 이씨가 뛰어든 사업은 건강식품판매업. 영업 경험을 십분 발휘해 4년여만에 큰 목돈을 쥐었다고 한다. 두번째 사업은 횟집. 몸이 고단한 일이었지만 이곳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횟집을 정리하고 지난해 다시 지금의 코쿤하우스를 열었다.

하숙집 ·원룸임대업 등이 복합된 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든 비용은 1억6천만원. 5층빌딩 두개층을 임대하고 35개 방을 꾸미는데 들어간 돈이다. 그동안 모아둔 돈에다 은행에서 3천만원을 융자해 해결했다고.

이씨는 “주부가 사업을 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생각하는 주부들이 많겠지만 일단 첫 발을 내디디면 만만치 않은 수입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창업전문사이트인 사비즈(http://www.sabiz.co.kr)의 김희정(36)사장도 주부사업가. 김사장은 “여성들은 감성과 직관력이 뛰어나고 사고방식이 유연한 장점이 있다”며 “게다가 든든한 가정까지 갖추고 있으니 성공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라”고 조언했다.

◇알림=‘주부!나도 일하고 싶다’와 관련해 여성포탈 사이트 팟찌닷컴(http://www.patzzi.com)이 본사와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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