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지도보단 실속..최고위원 보다 핫한 시도당위원장 경선

중앙일보

입력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에 출마하는 기동민 의원(왼쪽)과 전혜숙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에 출마하는 기동민 의원(왼쪽)과 전혜숙 의원. [연합뉴스]

8월 당 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시도당위원장 자리를 향한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이개호(3선·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서삼석(재선·전남 영암무안신안)·최인호(재선·부산 사하갑) 의원 등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으로 김이 빠져가는 최고위원 선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최고위원 도전설이 돌던 일부 의원들이 시도당 위원장 도전으로 진로를 변경하면서 경쟁이 가열됐다"며 "인물난을 겪고 있는 최고위원 경선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당 중 물밑 선거전이 가장 치열한 지역은 서울시당이다. 3선의 전혜숙 의원(광진갑)과 재선 기동민 의원(성북을)이 도전 의사를 굳혔다고한다. 이낙연계와 박원순계의 대리전 양상이다. 과거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전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에서 이낙연 의원을 공개적으로 돕고 있고,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보좌관 출신인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 지금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깝다. 경기도당위원장 자리를 두고는 재선인 박정(파주을)·임종성(광주을) 의원간 경쟁이 치열하다. 출마 의사를 밝혔던 권칠승(화성병) 의원이 지난 5일 박 의원과 단일화하며 양자구도가 됐다. 호남 지역에서도 이미 물밑 경쟁이 뜨겁다.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을 제외한 7명이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광주시당에서는 이병훈(동남을) 의원과 민형배(광산을)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전북도당위원장 경선은 김성주(전주병)·이상직(전주을) 두 친문 의원간 맞대결 양상이고, 전남도당위원장을 두고는 86 운동권 출신인 김승남(재선·고흥-보성-장흥-강진)ㆍ신정훈(재선·나주-화순) 의원이 맞붙고 있다. 인천시당위원장으로는 유동수(재선·계양갑) 의원이, 충남도당위원장에는 40대 재선 강훈식(아산을) 의원이 거론된다.

시도당위원장 경선이 붐비는 건 실속 때문이다.총선이 있는 시기 시도당위원장은 "야전사령관"(지난해 7월 이해찬 대표) 정도의 의미지만 지방선거가 있는 시기의 시도당위원장은 "지역 맹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호남권 의원)로 인식된다. 시도당위원장이 지방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공천권을 쥐게 돼 잘만 하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을 배치할 수 있다. 광역 단위에 조직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둘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 최고위원, 이 대표, 박주민 최고위원, 김태년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둘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 최고위원, 이 대표, 박주민 최고위원, 김태년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반면 최고위원은 당원들의 지지를 토대로 '당 지도부'에 합류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전국 단위의 경선에 많은 시간과 돈을 써야하는 것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당내 팽배하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여당 최고위원은 당정과 같은 목소리 내는 게 보통이라 인지도 상승효과 마저도 미미할 수 있다”며 "주목받으려면 김해영 최고위원처럼 입바른 소리를 해야되는데 잘못하면 지지층에 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은 3선에서도 할 수도 있지만 도당위원장은 나중엔 못한다는 이야기에 재선 내 경쟁이 치열하다”고도 했다.

시도당위원장 출마는 당 대표 맞대결을 벌이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숨막히는 러브콜을 사양하는데도 적절한 명분이 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한 시도당위원장 도전자는 "지금 당 대표 캠프에 들어가면 대선까지 쭉 같이 하겠다는 의사로 읽힐 수 있어 부담스런 상황"이라며 "시도당위원장 출마는 중립을 지키는 좋은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시도당 위원장 도전자들 중에 두 당 대표 후보 중 한 사람을 돕겠다는 의사가 명확한 사람은 이낙연 의원을 돕는 전혜숙 의원(서울시당위원장 후보) 뿐이다.

시도당위원장 후보 등록일은 20~21일이다. 제주(7월25일)에서 시작해 가장 마지막인 서울 경선은 8월 29일 전당대회 1주일 전인 22일에 치뤄진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대회'로 진행하며 경선 투표는 온라인과 ARS 방식을 활용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