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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깜짝 반전 손보미 소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94호 21면

작은 동네

작은 동네

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문학과지성사

영화로도 만들어진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장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an Ending’)』는 끝까지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깜짝 반전이 소설 막판에 배치돼 있어서다.

손보미(40)씨의 두 번째 장편 『작은 동네』는 얼핏 『예감은…』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막판에 반전이 있고, 반전의 내용이 소설 인물의 출생 비밀이라는 점에서다.

비밀의 배경은 사뭇 다른데, 『예감은…』이 열정의 산물이라면 『작은 동네』는 착잡한 한국 현대사가 출생 비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70~80년대 잊을 만하면 되풀이돼 더욱 끔찍했던 간첩 조작 공안 사건을 건드린다.

자칫 우중충할 수 있는 소재인데 손보미가 만지니까 역시 다르다. 손보미를 사랑해 온 독자들은 이렇게 느낄 것 같다. 어떤 독자에게라도 다음과 같은 대목들은 흥미롭지 않을까. 적절한 웃음이 있고(소설의 화자인 나는 농담의 여왕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단란한 가정 풍경이 나오며(주말마다 신문지 묶음을 고물상에 내다 파는 일이 가족의 훌륭한 나들이 코스다), 어딘가 신비스러우면서도 퇴폐와 영락(零落)의 냄새를 풍기는 왕년의 여성 스타들이 등장한다.(소설 속 여배우 윤이소 등)

소설 읽기는 오락이면서 세상 공부이기도 할 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대목을 꼽으라면 다음 문장을 들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267쪽)

몇 문장 건너뛰어 이런 문장도 있다.

“내가 내린 수많은 결정을, 내가 한 그 수많은 선택이 바로 내 자신이라는 걸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268쪽)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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