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추미애와 ‘윤석열 압박’ 사전교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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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왼쪽)과 최 대표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추미애 장관(왼쪽)과 최 대표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게시한 ‘법무부 알림’의 작성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를 외부로 전달한 사람은 추 장관 보좌진으로 9일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공무상의 비밀인 수사지휘권 발동 관련 논의 내용이 범여권 인사들에게 보내진 것이라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 윤 총장의 절충안 거부 직후 #최강욱 페북에 ‘법무부 알림’ 게시 #실제 법무부 발표 내용과 달라 논란 #법무부·검찰 안 쓰는 생소한 단어 #최, 10년간 군 검사로 근무한 경력 #6일 전에도 페북에 ‘수명자’ 표현 #최 “전 민주당 의원 글 옮겨” 해명

특히 최 대표는 추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의 계기가 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당한 피의자다. 당장 검찰 안팎에서는 “검언유착보다 더 심각한 법정(法政·법무부와 정치권)유착” “비선 실세가 등장하는 제2의 국정농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 대표의 ‘법무부 알림 유출 의혹’ 사건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팽팽히 대립하는 일촉즉발 상황에서 발생했다. 추 장관의 “9일 오전 10시까지 답변하라”는 최후통첩에 윤 총장은 8일 오후 6시쯤 “서울고검장이 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한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법무부와 대검 참모들 간에 물밑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100여 분 만인 오후 7시50분쯤 추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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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의 페이스북 글은 그 두 시간 뒤(오후 9시55분)에 올라왔다. 최 대표는 ‘법무부 알림’이라며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이라는 글을 올렸다. 최 대표는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 ㅉㅉ”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알림에 군사재판 용어…“최강욱, 작성 개입 의혹”

최강욱 대표가 8일 SNS에 올린 법무부 의견문 초안과 삭제 후 올린 사과 글. [연합뉴스]

최강욱 대표가 8일 SNS에 올린 법무부 의견문 초안과 삭제 후 올린 사과 글. [연합뉴스]

그러곤 돌연 오후 10시20분쯤 해당 글을 삭제했다. “이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와 삭제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법무부는 이 입장문(가안)이 이날 오후 7시20분쯤 추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 논의 과정에서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음’이라는 메시지로 수위가 낮춰진 다른 알림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법무부 대변인은 “추 장관은 두 문안 모두 언론에 배포된 것으로 알았다”며 “이후 두 문안 모두를 보좌진을 통해 주변에 보냈는데 그 내용이 흘러흘러 최 대표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올린 ‘법무부 알림’은 전날 밤 ‘조국 백서’ 필진 관계자들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썼다가 지운 입장문 가안에 ‘수명자(受命者)’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어 군 법무관 출신인 최 대표와 사전에 알림 내용을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는 ‘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군사재판 판결문에 종종 등장하나 법무부와 검찰의 공보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해당 단어는 최 대표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휘권자인 장관이 ‘수명자’인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더니 만나서 후임 장관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고 표현한 문장에도 등장했다. 최 대표는 1994년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해 10년가량 군에서 검사로 활동했다. 국방부 고등검찰부장, 수도군단 검찰부장  등을 지냈다.

20년 경력의 현직 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논란이 된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 “다른 분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복사해 잠깐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제가 복사한 글은 바로 최민희(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본인(최강욱)이 인정하듯이 두 글은 문언이 다르다”며 “두 분이 국민을 바보로 아나 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제2의 국정농단’이라 지칭하며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한테 넘어간 것과 동일하다”고 썼다. 또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고발이 필요한 사건 같다”고 적었다.

법무부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한 검찰 간부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며 “장관이 바보도 아니고 법무부 풀(알림)을 두 가지 버전으로 낸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최 대표와 법무부 사이에 지속적인 교감이 있었던 게 노출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법무부는 초안을 유출한 실무진을 감찰하거나 징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최강욱

전북 전주 출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장도 했다. 2005년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2018년 9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에 발탁됐다. 조 전 수석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15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 현재 당 대표를 맡고 있다.

김민상·강광우·김수민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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