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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만기까지 살 수 있을지…” 90세 할머니의 마지막 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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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월세 단칸방에서 한 달 50만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홀로 사는 90세 할머니가 보조금을 아껴 모은 적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적금 만기가 올 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 며 전 재산과 같은 적금을 해약하고 찾은 돈 전부를 내놨다. 대구에서 최근 있었던, 한 할머니의 생애 마지막 기부 이야기다.

월 50만원 정부 보조금 아껴 모아 #적금 해약 전 재산 100만원 기탁

지난 2일 오후 3시쯤 대구시 남구청 2층 구청장 비서실. 백발에 남루한 옷을 입고,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가 유모차처럼 생긴 보행기를 밀고 들어왔다. 할머니 옆에는 50대 요양보호사가 서 있었다. 직원들이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자, 요양보호사가 “할머니가 전 재산을 기부하신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보행기를 옆에 두고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자신이 대구시 남구 봉덕1동에 홀로 사는 노인이고, 90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만원권 20장을 꺼냈다. 남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이 급히 할머니를 맞았다.

할머니는 현금 100만원을 챙겨 주면서 “나라의 도움을 받아 모은 전 재산과 같은 돈이다. 나와 같이 어려운 이웃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새마을금고 적금이 11월에 끝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적금 만기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는 “할머니는 개인적인 문제로 홀로 단칸방에서 지내는데, 이름이나 사연을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더 이상은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남구청 사회복지사에게 전했다. 백발의 할머니는 다시 보행기를 밀고 구청을 떠났다.

남구청은 할머니의 기부금을 어려운 이웃들의 병원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할머니의 이런 따뜻한 마음이 우리 사회에 널리 전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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