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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찾아내는 AI, 금융사기 막는 빅데이터…기술이 범죄도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20세기 영웅 슈퍼맨이 초자연적인 외계의 힘으로 악당을 무찔렀다면, 21세기 영웅 아이언맨은 최첨단 기술로 악당을 퇴치한다. 영화 말고 현실에선 어떨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범죄를 예방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창업자들이 있다. 사기 방지 빅데이터 플랫폼 '더치트' 김화랑(38) 대표, 시각지능 기반 안전사고 예방 솔루션 기업 '지와이네트웍스' 방승온(43) 대표, AI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앱 '릴리의 지도' 개발사 에스프레스토의 손동현(33) 대표다.

왼쪽부터 김화랑 더치트 대표, 방승온 지와이네트웍스 대표, 손동현 에스프레스토(릴리의지도) 대표 [사진 각 사]

왼쪽부터 김화랑 더치트 대표, 방승온 지와이네트웍스 대표, 손동현 에스프레스토(릴리의지도) 대표 [사진 각 사]

'사기꾼 신상' 조회하면 나온다

"70만원대 모니터 거래하려다 더치트에서 조회해봤는데 3일 전부터 같은 번호로 사기 치고 다녔네요." "스타벅스 레디백 사기 예방했어요." 국내 최대 금융 범죄 방지 플랫폼 '더치트'에는 이런 후기가 하루에 2~5개씩 올라온다. 더치트에선 누적 100만건 이상의 '사기꾼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직접 올린 사기 용의자의 계좌번호나 연락처가 더치트의 빅데이터다. 더치트 사이트에서 의심되는 판매자 정보를 조회하거나, 각종 중고장터와 은행·결제 앱에서 사기 조회 버튼을 누르면 판매자의 사기 전적을 확인할 수 있다.

더치트는 2006년 사기 피해 공유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당시 넥슨·넷마블에서 플랫폼 기획자로 근무하던 김화랑 대표가 자신의 피해 경험을 살려 짬짬이 운영하던 커뮤니티가 2012년 법인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550만명이 사용하고, 하루 평균 700건 이상의 신규 피해 정보가 올라오는 대형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금융서비스에 판매하는 더치트 조회 시스템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며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사기 위험 계좌인지 알려주는 '더치트' API가 토스 앱에 적용된 모습 [사진 더치트]

사기 위험 계좌인지 알려주는 '더치트' API가 토스 앱에 적용된 모습 [사진 더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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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화재·실종자 찾는 눈치 빠른 AI

2016년 설립된 지와이네트웍스는 이미지 분석 AI 기술을 안전 산업에 접목했다. 엘리베이터 내 폭행이나 영유아 유기, 공사 현장 화재 낌새 등 평소와 다른 이미지를 발견하면 AI가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에는 인터넷에서 사용 가능한 이미지, 폐쇄회로(CC)TV와 드론 등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유형별로 5000장 이상씩 학습시켰다. 정확도는 98% 이상이다.

현재 지와이네트웍스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건설 현장이다. 방승온 대표는 "기존 건설 현장 CCTV는 90% 이상의 카메라가 촬영 중단된 상태이거나 화재가 아닌데 화재라고 알려주는 오검출 문제가 있었다"며 "작업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상황을 AI 카메라가 포착하는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포스코 등과의 B2B 사업 위주로 연매출 10억원을 올렸다.

이미지 분석 AI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예가 실종자 수색이나 중국 어선 탐지 등의 선박 검출이다. 방 대표는 "현재 충북경찰청에 실종자 수색 드론이 찍어온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데, 경찰관이 육안으로 영상을 살펴봤을 땐 한 장당 5분씩 걸리던 것이 AI를 활용하면서 5초로 줄었다"며 "검출 작업에 투입되던 인력을 현장 수색에 동원할 수 있고, 골든타임 확보에도 유리해졌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와이네트웍스의 이미지 분석 AI 예시. 이미지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키워드 태그로 분류한다. [사진 지와이네트웍스]

지와이네트웍스의 이미지 분석 AI 예시. 이미지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키워드 태그로 분류한다. [사진 지와이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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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탐지 AI '릴리의 지도' 

지난 5월 출시된 앱 '릴리의 지도(에스프레스토)'는 숨겨진 불법 몰카를 탐지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크게 3가지 방식이다. 전자기기의 전자기장을 포착하는 전자기 탐지, 빛을 뿜는 물체를 인식하는 적외선 탐지, 카메라 렌즈와 유사한 모양을 포착하는 AI 탐지다. 이중 AI 탐지는 이 회사가 10개월간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손동현 대표는 "기존 불법 카메라 탐지기는 노트북·스마트폰 등 일상 속 금속물질에까지 모두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AI 탐지로 이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지난 10년간 디지털 성범죄가 23배 증가했고, 불법촬영 범죄의 구속율은 2.6%, 재범율은 75%나 된다는 사실에 심각성과 분노를 느껴 이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직 불완전한 AI 탐지 기술에 대해서는 "현재 불법 카메라를 놓치지 않기 위해 탐지 민감도를 극도로 높여놔 카메라 렌즈와 유사한 스프링쿨러나 나사 등에도 반응하는 듯 하다"며 "AI 학습을 계속 진행 중으로, 7~8월 중 대폭 기능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면 AI로 불법 카메라 여부를 탐지하는 '릴리의 지도' 앱 사용 예시 [사진 에스프레스토]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면 AI로 불법 카메라 여부를 탐지하는 '릴리의 지도' 앱 사용 예시 [사진 에스프레스토]

에스프레스토는 현재 '릴리의 지도'를 이을 '몰카프리존'과 '셀프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숙박시설·대학 내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계속 추적하는 솔루션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외부에 의뢰하지 않고도 자신의 유출 영상을 찾아 지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손 대표는 "최종적으론 몰카 안심존으로 구성된 야놀자 같은 모텔 체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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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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