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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 조여오는데 관장 시술만”…무릎수술 후 재활중이던 60대 사망

중앙일보

입력

환자 이미지. [사진 pxhere]

환자 이미지. [사진 pxhere]

 “장모가 위독하니 빨리 병원에 와 보게.”
충북 괴산군에 사는 박모(55)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쯤 떨리는 목소리의 장인 전화를 받았다. 무릎 수술을 하고 재활에 전념하던 장모 최모(65)씨가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이었다. 건축일을 하는 박씨는 집에 들러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으나, 장모 최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박씨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복통을 호소하던 장모님에 대해 병원 측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못 해서 돌아가신 것 같다”며 “황망하게 돌아가신 장모님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호소했다.

충북 괴산서 관절 수술 환자 복통 후 사망 #병원 측 변비로 진단, 몇 차례 관장 시술 #유족 “대장 파열 확인…의료사고” 주장 #병원 “코로나로 상급병원서 환자 안받아” #“환자 사망 안타깝다…도의적 책임 다할 것”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최씨는 지난달 9일 괴산의 모 병원에 입원해 같은 달 10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어 관련 치료제를 복용하던 중이었다.

 최씨는 이 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27일부터 복통을 호소했다. 병원은 복통 원인을 변비로 진단하고 관장을 했으나 최씨는 하루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4시쯤 사망했다. 병원은 최씨의 사인을 ‘폐색전증’으로 봤다.

 유족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씨가 이상 증세를 보인 건 수술을 받은 지 열흘 뒤인 지난달 27일부터다. 최씨는 당시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고, 이때 복부가 팽팽해졌다고 한다. 최씨의 사위 박씨는 “복통을 얼마나 참고 있었던지 침대 시트가 흥건하게 땀에 젖어있었다”며 “간호사는 ‘수술 후 변을 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관장을 하면 곧 좋아질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 김재윤 어머니 허희정씨,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등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환자안전법 개정안(재윤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 김재윤 어머니 허희정씨,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등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환자안전법 개정안(재윤이법)'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튿날 최씨 상태는 점점 악화했다. 박씨는 “장모님이 관장을 하고도 복통이 지속되자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새벽 장인께 전화해서 빨리 와달라고 하셨다”며 “장인께서 찾아가 보니 간호사가 이미 관장을 몇 번 진행한 상태였고, 그 외에 별다른 조처를 하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변을 못 봐서 위독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병원에 달려갔으나, 내가 도착하기 3분 전에 장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유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유족은 “국과수 부검에서 대장 파열이 확인됐다”며 “관장 시술을 하고도 환자가 참기 힘든 복통을 호소하고 있으면 의료진이 다른 원인을 찾아 조처를 해야 하는데 병원은 그러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유족들은 사고 이후 병원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박씨는 “장례를 치르고 나서 최근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처남이 찾아가니 ‘7500만원을 줄 테니 민·형사상 조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들었다”며 “의료기관이 유족을 경시하는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보다 정밀한 검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위급하다는 판단에 전문의가 있는 상급병원에 이송하려고 노력했지만, 일요일인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검사 결과를 요구하며 최씨를 받아준다는 병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다”고 덧붙였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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