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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요즘 '뜨는' 작가 한자리서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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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곤, 포도, oil on canvas, 91x11.6x2.5cm, 2020. [나마갤러리]

김형곤, 포도, oil on canvas, 91x11.6x2.5cm, 2020. [나마갤러리]

김형곤, 노세환, 송용원, 송준호, 이강욱, 이동재…. 요즘 미술계에서 한창 주목받고 있는 6인의 작가가 한 전시에 참여했다. 서울 창덕궁 정문 돈화문로 나마갤러리에서 7월 1일 개막한 '그리나이즈 유어셀프(GREENIZE YOURSELF)'전이다. 각기 회화·사진·조각 등 장르는 다르지만 최근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의 삶을 예술로 위로하자는 뜻으로 함께 뭉쳤다.  요즘 미술시장에서 각기 자기만의 작품세계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굳히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기회다.

서울 돈화문로 나마갤러리 전시 #'그리나이즈 유어셀프' 1일 개막 #작가 6인, 삶과 예술 성찰 보여줘

우선 김형곤은 고전적인 방식의 작업으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공부했는데, 그의 그림은 렘브란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고풍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특히 부드럽고 섬세한 붓 터치가 탁월해 그의 그림은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포도'는 햇살이 비치는 포도나무를 그렸을 뿐인데 가지와 이파리, 그리고 포도송이의 알알이 보여주는 존재감이 흥미롭다. 이번에 전시에 함께 선보이는 누드화와 풍경화 역시 선과 색채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보여준다.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사진 

노세환, Meltdown,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00x100cm, 2018. [나마갤러리]

노세환, Meltdown,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00x100cm, 2018. [나마갤러리]

노세환, Meltdown,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00x100cm, 2018. [나마갤러리]

노세환, Meltdown,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00x100cm, 2018. [나마갤러리]

경희대 회화과 출신의 노세환은 회화 같은 사진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것은 모두 '멜트 다운(Meltdown)' 연작. 바나나, 피망, 사과 등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하는 사물을 페인트 통에 흠뻑 담갔다가 건져 올려 막대를 꽂아 벽에 고정하고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 안에서 각 사물은 현실에 있는 게 아니라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낯설고 신비롭게 보인다.

송용원, Black object,cheetah, Resin,stainless steel,uretane,acrylic. 46x22x40cm_2018.[사진 나마갤러리]

송용원, Black object,cheetah, Resin,stainless steel,uretane,acrylic. 46x22x40cm_2018.[사진 나마갤러리]

송용원은 꿈에서 시작된 이미지를 주로 철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다. 최근 작업에선 소재를 더욱 확장해 치타, 도베르만, 다양한 동물의 형상(레진)에 마치 이를 보호하듯 감싸고 있는 선(스테인리스)의 조화를 보여준다. 전시에선 동양의 전통사상에 등장하는 십이지수호상(十二支守護像)을 연구하고 재해석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찰나의 시간과 우주에 대하여 

송준호, 201709190117, pigment print, 110x72.5cm, 2017.[나마갤러리]

송준호, 201709190117, pigment print, 110x72.5cm, 2017.[나마갤러리]

중국 북경 제2외대를 졸업한 사진작가 송준호는 체코에서 촬영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가 화면에 펼쳐 보인 것은 다양한 표정의 하늘이지만 그가 진짜로 포착하고 싶었던 것은 찰나의 시간이다. 작가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의 하늘, 우리가 그 하늘 아래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강욱, Invisible Space-image 19032, Mixed media on canvas, 97x162cm, 2019.[나마갤러리]

이강욱, Invisible Space-image 19032, Mixed media on canvas, 97x162cm, 2019.[나마갤러리]

이동재, 아이콘 반가사유상, acrylic, crystal on canvas, 65x53cm, 2020. 나마갤러리]

이동재, 아이콘 반가사유상, acrylic, crystal on canvas, 65x53cm, 2020. 나마갤러리]

홍익대 회화과 교수인 이강욱은 이번 전시에서 '인비저블 스페이스(Invisible Space)' 연작을 선보인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우리 몸속 세포의 미립자가 광활한 우주 공간과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거대한 우주와 미세한 우주를 시각화했다.

이동재는 동국대 미술학과 출신으로 쌀알과 크리스티 등 좁쌀만 한 재료로 다양한 아이콘의 모습을 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크리스탈로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모습을 재현한 작품과 마릴린 먼로·오드리 햅번·그레이스 캘리 등의 초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여는 나마갤러리는 30년 전 고미술 전문화랑 나락실로 시작해 현재 근현대 미술품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박주열 나마갤러리 대표는 "각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작가 6인의 그룹전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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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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