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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실크로드에서 고구려 후예의 무덤을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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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을 출간함으로써 실크로드 답사기 3권을 완성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뉴스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을 출간함으로써 실크로드 답사기 3권을 완성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뉴스1]

"실크로드 답사는 내 답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유홍준(71) 전 문화재청장이 실크로드 답사 대장정을 마쳤다. 실크로드 답사에 나서 지난해『나의 문화유산답사기』중국편 1~2권을 펴낸 그가 최근 제3권을 펴냈다. 부제는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앞서 1~2권을 통해 서안에서 여행을 시작해 하서주랑과 돈황의 여정을 소개했던 그는 이번 3권에서 신강위구르자치구 오아시스 도시들을 거치며 실크로드 3부작을 완성했다.

실크로드 답사기 3권 완성 #"광대한 자연과 역사 감동 #다음엔 서안과 낙양 답사"

 16일 오후 4시 유튜브를 통해 북토크 겸 기자간담회를 연 유 전 청장은 "이번에 찾은 투르판, 쿠차, 호탄, 카슈가르 등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타클라마칸 사막을 관통하는 구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흔히 실크로드라 하면 낙타를 타고 가는 길을 떠올리지만 실크로드가 열리기 전부터 그곳에는 작은 오아시스 왕국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실크로드는 선(線)이 아니라 오아시스 도시들, 즉 점(點)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오아시스 대표 도시 중 하나인 투르판의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창비]

실크로드 오아시스 대표 도시 중 하나인 투르판의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창비]

 신강 지역 실크로드 답사의 핵심으로 그는 투르판과 쿠차를 꼽았다. 투르판은 대형 고대도시와 무덤, 인공수도 카레즈, 베제클리크 석굴 등이 있는 대표 오아시스 도시다. 그는 투르판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제클리크 석굴의 '비극적인 운명' 얘기도 전했다. 그는 "이곳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배경 삼아 펼쳐진 아름다운 석굴 사원"이라며 "그러나 이곳의 주요 벽화와 불상은 20세기 초 독일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다 탈취해 갔고, 독일로 옮겨진 벽화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했다. 제국주의 탐험가들에 의해 실크로드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처참히 파괴된 안타까운 이야기다.

 아스타나 고분 답사길에 만난 고구려 유민 후예의 묘지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당나라는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이듬해인 669년 고구려 지배층을 중심으로 약 3만호(약 20만 명)를 중국 땅 오르도스 지역 등으로 집단 이주시켰다"면서 "아스타나 고분군에 당나라에 끌려온 고구려의 후예 고요 장군의 묘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후 고현이라는 고구려 장수의 묘지도 그곳에서 발견됐다. 그는 "그동안 백제 멸망 후 백제 후예들이 일본에서 활약한 것은 알려졌으나 고구려 후예들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게 없다"면서 "고요, 고선지, 고현은 서역으로 강제 이주된 고구려 출신 재외동포들이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쿠차는 고대 구자국의 도읍으로 키질석굴, 쿰투라 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강 지역의 불교 유적지가 풍부한 도시다. 최초로 불교를 한문으로 번역한 쿠마라지바(344~413)의 일생을 돌아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쿠마라지바는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가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어릴 때 아버지의 나라 인도 카슈미르로 옮겨 가 불교를 배우고 쿠차로 돌아와 중국어를 익힌 그는 후에 요진의 국사가 돼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유 전 청장은 "쿠마라지바가 번역한 불경이 총 3부 300권에 달한다"면서 "최초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쿠마라지바가 있었기에 오늘날 동아시아 불교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나라 고승 현장법사(602~664)는 그로부터 250년 후 투르판·파미르 고원 등을 넘어 천신만고 끝에 천축(지금의 인도)로 가서 여러 권의 경전을 가져와 불경을 다시 번역한다.

쿰타크 사막. [창비]

쿰타크 사막. [창비]

 유 전 청장은 실크로드 답사가 특히 감동적이었던 이유로 "그곳에서 나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쿰타크 사막, 천산산맥 등 내 상상력을 넘어서는 규모의 자연을 만난 것"과 "위구르 등 국가를 갖지 못한 민족의 설움을 절감했다"는 점을 꼽았다. "숱한 고비가 있었지만 끝까지 나라를 잃어버리지 않은 우리가 행복한 민족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의 실크로드 대장정은 파미르 고원의 설산과 호수를 앞에 둔 곳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동수단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막과 산맥을 넘나드는 여정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더 큰 감동을 안겨줬다'며 "실크로드를 이해하면 역사를 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동아시아라는 좀 더 큰 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실크로드 답사기 3부작. [창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실크로드 답사기 3부작. [창비]

16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출간 기념 북토크 겸 기자간담회는 온라인(유튜브)으로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며 창비 사옥 현장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창비]

16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출간 기념 북토크 겸 기자간담회는 온라인(유튜브)으로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며 창비 사옥 현장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다. [창비]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앞으로 잠시 답사기를 멈추고 나의 전공인 한국미술사로 돌아가 그동안 미뤄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답사기 역시 끝난 게 아니다. 다시 답사기로 돌아오면 다시 중국의 5대 고도 중 서안과 낙양으로 시작해 본격적인 중국 답사를 할 것"이라며 "언젠가는 서울편도 꼭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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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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