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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결국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한다…33년만에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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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이 결국 깨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약 35분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담판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5일 국회 의장단, 지난 15일 6개(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 상임위원장에 이어 이날 오후 나머지 11개 상임위원장을 자당(自黨) 몫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여당의 단독 선출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건 1987년 5월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33년 만이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이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원대회동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이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원대회동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장은 이날 회동 직후 한민수 국회의장 공보수석을 통해 “통합당은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책임지고 운영키로 했다. 통합당이 오늘 오후 6시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는 것을 전제로 본회의를 오후 7시에 개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통합당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날 본회의는 예정대로 오후 2시에 개의될 전망이다.

앞서 여야는 전날(28일) 협상에서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다. 한 수석은 전날 상황을 “사실상 합의문이 작성됐었다”고 표현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회동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 많은 진전을 이뤄 가(假)합의안이라고 할 수 있었던 안을 통합당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국회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 상임위원을 전부 선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두 원내대표의 사인만 남은 상태에서 또 거부됐다. 야당 리스크에 국민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오른쪽은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 임현동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오른쪽은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 임현동 기자

민주당에 따르면 ‘가합의안’은 6개 항으로 요약된다. ▶상임위원장 민주당 11석, 통합당 7석 배분 ▶2022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여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 우선 선택 ▶법사위 제도 개선에 대한 여야 협의 진행 ▶29일 상임위원장 선출 후 30일 개원식 개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및 후속 조치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수사·재판 과정과 그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한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 등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핵심 쟁점이었던 법사위 관련 내용에 대해 “법사위원장은 최소한의 공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박 의장 요청을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고, 법사위 제도 개혁은 법제위·사법위 분리를 주장하는 통합당 안과 체계·자구 심사권을 의장 직속으로 독립시키는 안을 함께 논의해 합의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여러 가지 경우를 가정해 의견 접근을 할 수 있는 최대한까지 서로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 합의안 초안이나 서명 같은 건 없었다”며 “법사위원장을 어떻게 할 건지를 논의하지 않고 의견을 나눈 거라 의견 접근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원 구성 합의 불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원 구성 합의 불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고,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 뜻대로 하는 걸 전제로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안을 내놓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 국회의원의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 견제·비판하는 일은 더 가열차게 하겠다”며 “이후 국회 운영에 대한 일방적인 진행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통합당 몫인 국회 부의장 1석과 관련해선 양당 원내대표 모두 “추후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상 부의장단의 협의 과정이 필요한 정보위원장 선출은 뒤로 밀릴 수도 있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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