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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시드니서 소외 한국여성 돌보는 한복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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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엄마가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자녀가 제대로 큽니다."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소외된 여성과 아이들을 10년째 돌봐 오고 있는 호주 한인 여성들의 보금자리인 비영리단체 '여성의 공간' 한복희(63) 원장은 7일 여성부가 주최한 세계한민족 여성네트워크에 참가해 '엄마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원장은 "호주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가정폭력은 아이들의 기초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엄마가 먼저 인성교육과 기술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엄마 교육을 위해 '여성의 공간'은 전문가를 초빙, 매년 4백명에게 미술.영어회화.요리.합창.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10주씩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공간'은 1993년 설립, 이민 여성들이 호주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제공.상담 서비스와 함께 전문직업교육과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여성을 위한 상담과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드니한인회의 복지운영 담당이기도 한 한원장은 "가정폭력 상담이 월 1백여건에 이르고 있다. 폭력에 못 이겨 아이를 데리고 집을 뛰쳐나오고, 이런 이들에게 집을 얻어주는 건수도 월 3~4건 된다"며 "하지만 예산이 없어 피해 여성들이 쉴 만한 공간은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 라켐바에 있는 '여성의 공간'은 현재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인 '세이프 헤븐'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원장과 함께 온 김명순(52)코디네이터도 "현재 네명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상담과 교육을 맡고 있다"며 "인력충원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늘어나는 소외계층을 위한 상담소와 홈페이지 구축 등을 위해 예산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회화와 최소한 기술 한 가지는 습득한 뒤 충분한 답사를 거쳐 이민하는 등 한국인이 호주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선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여성의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가정폭력상담소와 연대활동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의 공간'은 최근 호주 한인 여성들의 재교육과 무지개 놀이방 운영 등의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84년 호주로 이민한 한원장은 호주 최초의 여성 목사인 박명환씨와 함께 이 단체의 창립을 주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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