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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으로 보는 주부 우울증

중앙일보

입력

현재 대기업 영업부에서 일하는 남편과 초등학교 3학년, 2학년의 연년생 남매 두고 있는 주부 S씨는 몇년 전부터 생활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S씨는 가정에서 아내와 두아이의 엄마로, 바깥에서는 커리어우먼으로 하루를 정신없이 사는 편. 완벽주의자인 그녀는 아침에도 반드시 밥을 새로해서 식구들에게 먹이고 남편의 셔츠도 매일같이 다렸다. 아이들 학교행사에도 되도록 참석하고저녁이면 피곤에 지쳐 있어도 청소와 반찬만들기, 빨래 등을 거뜬히 해치웠다.

자꾸 몸이 아프기 시작한 것은 일년전 쯤 부터. 처음엔 감기증상처럼 여기저기가 쑤시고 만성 두통에 시달리다가 위염과 십이지장궤양이 겹쳤다. 늘 다리와 허리가 심하게 아파 눈물이 날 때도 있었다. 많은 시간을 자는 데도 꿈을 심하게 꾸고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밥을 먹거나 양치질을 할 때 수시고 구역질에 시달려 물조차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약을 먹고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위염은 완전히 나았고 허리며 관절검사를 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결국 내과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S씨는 가정과 일을 병행하며 남에게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가정을 소홀히 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남편은 우려를 보였으나 경제사정이 안좋은 상태에서 아내가 돈을 벌어오는 게 내심 기쁜 눈치였고, 두가지 일을 군소리 없이 해내는 아내를 자랑스러워 했지만 도와줄 생각같은 건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에게 S씨의 심리상태를 알리고 적극 도와줄 것을 조언했다. 그녀 역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자주 만들도록 조언했다.

[조언]수퍼우먼 컴플렉스에서 벗어나 가사 도우미와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

우울증이라면 일반적으로 의욕을 잃고 기력이 없어 누워지내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만 신체적 질병이나 심한 알콜중독, 가성치매 등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자신이 우울증 인지 조차 잘 모를 수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상을 보이는 주부는 대개 전업주부가 많다. 그러나 직업을 가진 여성들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고 나름대로 자아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상 회복이 빠르다. 문제는 지나치게 완벽하려는 성향. 모든 것을 자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그래야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생각은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업주부의 가치를 당당히 인정받으려는 여성들이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 이렇게 해보자

♣가사도우미를 적극 이용해 노동의 강도를 줄여라.
세탁소에서는 셔츠를 빨아서 다려 배달해주고 전화 한 통이면 따끈따끈한 찌개가 배달되기도 한다. 반드시 자신이 다린 셔츠, 자신이 만든 반찬만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돈이 더 나갈지라도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라.
무엇이든 알아서 해주는 엄마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요구하는 것을 알려라. 초등학교 정도의 나이면 엄마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나이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 남편이 알아서 안해준다고 불만스러워 하기 이전에 남편에게 자신을 얼마나 홍보했는가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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