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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지용, 화려한 무대서 조용한 연습실로 간 이유

중앙일보

입력

피아니스트 지용. [사진 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지용. [사진 크레디아]

“나쁘게 말하면 느끼하게 들렸어요.” 4월 JTBC '팬텀싱어 3'의 첫 방송에 나온 프로듀서 지용의 심사평이었다. “저도 피아니스트로서, 제 생각에는 진짜 한 것 같은데 사람들이 들어보면 그런 게 아닐 때가 있어요. 항상 깨끗한 마음으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 지용(29)은 열 살에 뉴욕 필하모닉의 영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행보는 도전적이었다. 바흐의 샤콘느에 맞춰 춤을 추고, 직접 만든 영상과 함께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했다. 슈만을 연주할 때는 전자 음악을 녹음해 틀었고 구글 안드로이드 광고에도 출연했다. '팬텀싱어 3'에도 피아니스트가 아닌 아티스트 지용으로 섭외됐다. 다양한 장르를 묶어냈던 경력으로 피아니스트이지만 노래를 심사할 수 있었다. 25일 만난 그는 “처음에는 안 한다 하다가 지난 시즌 방송을 몇 개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졌지만, 최근의 지용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집중한다. 그는 “지난해 9월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시작했다”고 했다. 데뷔 20년 만에 학생이 된 셈이다. 공부, 연습, 연구로 이어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NEC의 변화경 교수님을 한 공개레슨에서 봤는데 음악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았다. 그래서 연주 일정을 좀 쉬더라도 꼭 배우고 싶었다.”

피아니스트 지용.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아니스트 지용.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스승이기도 한 변화경 교수와 함께 그는 피아노의 기본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연주활동을 하면서도 ‘음악이라는 게 뭐지’라는 질문이 늘 있었다. 스토리를 들려줘야 하는데 그 스토리에 대한 생각을 공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한 몇 개월 동안은 내가 정말 피아노를 못 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선생님에게 혼도 많이 났다”고 했다. 이런 공부를 위해 화려한 무대와 독특한 시도를 잠시 뒤로 하고 지용은 연습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용은 원래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도 연주 동영상을 보내 본선에 진출했다. 이 콩쿠르는 코로나 19 영향에 내년으로 미뤄졌다. 당시 본선 진출자 명단에 있었던 지용의 이름은 ‘프로 연주자의 경연대회 도전’으로 화제가 됐다. 지용은 “학교에서 공부를 다시 하면서 콩쿠르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봤는데, 실제로 콩쿠르에 나가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 나를 평가하고 있는 것도 싫고, 이미 정해진 곡을 쳐야 하는 것도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35),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37)와 함께 트리오 ‘이상’을 만들어 클래식 음악의 정수에 다가간다. 이들은 2013년 실내악 축제 ‘디토 페스티벌’에서 멘델스존을 함께 연주했다. 지용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앞으로 쭉쭉 갔던, 재미있었던 연주”라고 기억했다. 이후 이들은 작곡가 윤이상, 작가 이상의 이름에서 따온 ‘이상(理想)’을 팀 이름으로 정해 피아노 트리오를 만들었다. 트리오 이상은 8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정식 무대를 연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3중주 2번, 멘델스존의 1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지용은 “학교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소리를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음악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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