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쌍용차 공장 감독자들의 호소 “비바람 맞겠다, 정부 도와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쌍용차 평택공장. 이달 평택공장의 가동률은 약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쌍용차 평택공장. 이달 평택공장의 가동률은 약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쌍용차는) 후대에 자랑스러운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김상춘 쌍용차 공장협의회장은 25일 평택공장에서 가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3분기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등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2021~2022년 선보일 전기차 등 신차 개발비 2000억원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운영자금이 아닌 신차 개발에만 쓰일 것"이라고 했다. 공장협의회는 쌍용차 생산라인 관리자 격인 현장 감독자 243명으로 꾸려진 협의체다.

이날 미디어 간담회는 지난 1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생즉사 사즉생' 발언에 대한 해명 성격이 짙다. 당시 이 회장은 "현재 (쌍용차) 노사는 많은 인내를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쌍용차가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스스로 살길을 찾으라고 다그친 셈이다.

김 협의회장은 "(이 회장 발언 이후) 가슴이 철렁했다. 솔직히 (현장은) 술렁였다"며 "2009년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쌍용차는)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일이란 당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쌍용차가 인력 감축을 시도하자 노조는 '옥쇄파업'으로 맞선 일을 말한다. 노사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김 협의회장은 "쌍용차 노사는 이미 지난해 말 임금삭감과 복지 중단 등 고통 분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걸 회장의 '생즉사 사즉생' 발언은 보다 강력한 자구책, 즉 쌍용차의 인적·물적 감축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날 추가 인력 감축 등에 대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김 협의회장은 "비바람을 맞아야 한다면 맞겠다"고 말하며 현장기류를 전했다.

앞서 하루 전인 24일 쌍용차 공장협의회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엔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부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시각을 바꾸기 위해선 노력이 절실하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작지만 강한 쌍용차'의 재도약, 회사 생존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을 비롯한 여론은 여전히 쌍용차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 쌍용차의 상황은 급박하다. 당장 다음 달 산업은행으로 빌린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만기 연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산은과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심 기대를 걸었던 기간산업안정기금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이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물 건너간 형국이다. 최근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새 투자자를 찾기 위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움직이고 있지만, 쌍용차의 사정을 볼 때 투자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간담회엔 예병태 쌍용차 사장과 정일권 노조위원장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채권단에 내보일 뾰족한 자구안이 아직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