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성장률 하향 조정에…이주열 “한국 영향 과도하게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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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전망치(-0.2%) 바꿀 만큼 뚜렷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2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이같이 반응했다. 전날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2%(4월)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세계 경제 전망의 논거는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약간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주택가격 오름세 우려할 대목"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 발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올해 성장 전망과 관련해 5월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 5월 한은은 코로나19 글로벌 신규 확진자 수가 2분기 중에 정점에 이른 후,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걸 전제로 올해 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확산세의 진정 시점이 예상보다 조금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각국이 속속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기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 본다”고 말했다. IMF가 한국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한은은 기존 전망치를 수정할 만한 큰 여건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위기 극복을 위해 동원한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가격 상승만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유동성 확대 공급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데 효과를 나타냈지만 진정 기미를 보였던 주택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 정책의 효과, 시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저물가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가계나 기업이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 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총재는 “대규모 해고라든지 매출 급감을 경험한 경우 극단적 위험 회피 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세이버가 증가할 수 있다”며 “해당 경제 주체의 재무건전성은 개선될 수 있으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성장의 한 축인 소비와 투자 회복이 더뎌지고, 이는 다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올해 0.3%, 내년 1.1%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0.4%)보다 낮아진 0.3%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의 장기화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이다.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는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크게 둔화했다. 4월 0.1%로 낮아진 데 이어, 5월에는 -0.3%를 기록하면서 5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안정목표(2%)에 크게 못 미쳤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유례없는 충격을 줬고, 국제 유가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무상교육 확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사회보장 강화, 외식·숙박·여행 서비스 수요 감소 등이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3%다.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다. 환율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를 소폭 끌어올리겠지만,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 경기 둔화 등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에는 경기 개선과 유가 하락 영향 축소 등에 따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1%를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0.4%, 2021년 0.9%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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