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6·25 전쟁 70주년과 병역 명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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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모종화 병무청장

모종화 병무청장

산과 들이 연둣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름을 더해가는 6월이다. 올해 6월은 6·25 전쟁 발발 70주년이 된다. 지금처럼 푸르렀을 70년 전,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은 조국을 구하고자 전장의 한가운데로 달려갔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부모와 배우자·자녀를 남겨둔 채 이름 모를 고지에서 산화하거나 손발을 잃는 아픔을 겪었지만 끝내 이 나라를 지켜냈다. 호국용사라 불리는 이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 이 순간의 신록을 누릴 자유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국가가 있어야 국민도 있는 법이다. 국가를 지키는 힘은 자주국방에 있으며 국방력은 국민의 병역의무 이행에서 비롯된다. 병역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지만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호국용사처럼 때로는 조국을 위해 자신의 귀중한 생명까지 바쳐야 할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병역은 신성하고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여기 국가를 위해 국민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병역이행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분들이 있다. 바로 ‘병역 명문가’다. 병무청은 국가를 위해 국방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희생과 헌신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하고자 2004년부터 병역 명문가 선양사업을 하고 있다. 병역 명문가란 3대(조부, 부·백부·숙부, 본인·형제·사촌형제) 모두 현역 복무 등을 마친 가문을 말한다. 마침 올해는 봉오동·청산리 승전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병역 명문가 선정 대상에 일제 강점기에 활약한 독립유공자까지 범위를 넓혀 그 역사적 의미를 더하게 됐다.

올해는 1324가문이 신청해 역대 최다인 1017가문, 5222명이 선정됐다. 지난 17년 동안 총 6395가문, 3만2376명이 병역 명문가의 영예를 안았다. 병역 명문가에는 대통령 표창 같은 시상은 물론 증서와 패, 명문가증을 수여하고 병무청 누리집 ‘명예의 전당’에 영구 게시한다.

3대에 걸쳐 남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현역 복무 등을 마쳐야 하는 병역 명문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성실한 병역 이행이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다.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 공평하고 정의로운 병역문화는 확립될 것이다.

모종화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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