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 바꾼 美쇼핑몰 “오프라인 무주공산, 우리가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대표적 할인마트인 T.J. 맥스 매장. 오프라인에 집중하겠다는 역발상 전략을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 할인마트인 T.J. 맥스 매장. 오프라인에 집중하겠다는 역발상 전략을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두가 온라인으로 갈 때, 우리는 오프라인을 지킨다.”

미국의 대표적 할인 마트 체인인 T.J. 맥스의 전략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비 대면)’가 화두가 된 시대, T.J. 맥스의 역발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T.J. 맥스의 전략을 소개하면서 “코로나19가 바꾸지 못한 단 하나, 그건 T.J. 맥스”라고 제목을 달았다. T.J. 맥스는 미국 전역과 세계 곳곳에 45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미국 곳곳에서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미국 내 T.J. 맥스 점포 중 85%가 17일 기준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WSJ는 “소비자들이 그간 하지 못했던 쇼핑을 몰아서 하느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에 지친 이들이 보상 심리로 ‘보복(revenge) 소비’를 하고 있는 덕이기도 하다. T.J. 맥스의 한 계산원이 “(사람들이 많은 게) 마치 크리스마스 시즌 같네요”라고 하자 한 고객이 “우리도 지금 크리스마스 기분이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 월마트의 매대가 텅 비어있다. 몇 달 전,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로 싹쓸이 쇼핑 붐이 불었기 때문이다. AF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월마트의 매대가 텅 비어있다. 몇 달 전,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로 싹쓸이 쇼핑 붐이 불었기 때문이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T.J. 맥스는 오프라인을 지키겠다는 기조가 확고하다. T.J. 맥스의 모기업인 TJX Cos.의 최고경영자(CEO)인 어니 허먼은 “우리의 (오프라인) 전략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며 “e커머스가 아무리 뜬다고 해도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쇼핑으로 방향을 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T.J. 맥스도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총 매출의 2%만 온라인으로 벌어들인다고 WSJ는 전했다. 온라인은 구색 갖추기 정도로만 투자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시대 대부분의 기업들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자라(Zara)는 최근 오프라인 매장 중 약 1200개를 폐쇄하고 온라인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마트의 대표주자인 월마트 역시 최근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를 대폭 키웠고 수천개의 매장에서 택배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국토가 넓고 택배 시스템이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덜 발달되어 있다. 차를 운전해 마트에 가서 직접 쇼핑을 하는 게 전형적인 미국식 소비 패턴이다. T.J. 맥스는 이런 미국식 소비 패턴을 지키겠다는 발상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떠날 때, 무주공산이 되는 오프라인 영토를 노리는 역발상인 셈이다.

월마트는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쇼핑이 강조되면서 온라인을 강화하고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월마트는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쇼핑이 강조되면서 온라인을 강화하고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T.J. 맥스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WSJ는 진단했다. T.J. 맥스가 오프라인에 자신을 보이는 이유는 온라인에선 경험할 수 없는 일종의 ‘보물찾기’와 같은 쇼핑 경험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이월 상품 등을 대폭 할인해 오프라인 매대에 잔뜩 진열해 놓고 소비자들이 보물을 찾듯 직접 고르는 방식이 T.J. 맥스의 대표 세일즈 방식이라는 것.

WSJ는  “TJX의 접근방식은 다른 기업들과는 판이하다”며 “코로나19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다들 e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T.J. 맥스의 앞으로의 매출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