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영리한 이세돌, 미련을 두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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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32강전
[제7보(93~107)]
白 李世乭 9단 | 黑 孔杰 7단

이세돌9단이 내년부터 중국리그에 참가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측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이세돌이란 존재는 중국의 바둑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중국 기사들은 이 기회에 이세돌을 연구할 수 있다.

이세돌은 2년 전만 해도 중국리그에 대해 "별 흥미가 없다"고 했다가 중국 측이 대국료를 다섯배 올리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표현을 바꿨다.

李9단이 백?로 대들자 쿵제7단도 93, 95로 씌워 최강으로 맞선다. 형세가 유리할 때 소심했던 쿵제지만 형세가 불리해지자 저절로 대담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세돌9단의 응대가 재미있다. 사실 백은 '참고도' 백1 쪽으로 뚫어 11까지 좌측 흑 일단을 모두 잡아버릴 수도 있다. 불리하다면 이 길을 갔을 것이다. 하지만 후퇴를 모르는 李9단도 바둑이 좋아지자 미련 없이 물러선다.

흑은 12로 눌러 우상이나 중앙을 크게 키워올텐데 백도 이 중앙집을 견제하려면 골머리를 썩여야 한다. 이래저래 변화가 싫어진 李9단은 두점을 선선히 내주고 우상으로 직행한 것이다.

이런 대목을 보더라도 이세돌을 '겁 없는 싸움꾼'정도로 생각하면 크게 오해하는 것이다. 그는 계산이 정확하고 또 영리하다. 싸울 때는 거침없이 싸우지만 정리할 단계에 접어들면 미련을 두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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