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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미·중 무역합의 다 끝났다"…증시 급락하자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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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ㆍ중 무역 합의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가 곧바로 “진짜로 끝났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바로 국장의 폭스뉴스 출연 후 바로 트위터에 “중국과 무역 협상은 완벽하게 그대로다(fully intact)”라며 “바라건대 그들(중국)이 계속해서 합의의 조건을 계속 지키기를!”이라고 적었다.

나바로 정책국장은 앞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ㆍ중 무역 협상에 대한 앵커의 질문에 “다 끝났다(It’s over)”라며 주요 원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고 지목했다. 중국이 지난 1월15일 워싱턴에서 미ㆍ중 무역 1단계(Phase 1) 합의에 서명을 한 뒤에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이 터닝 포인트였다는 것이다. 중국 대표단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미국에 확산할 것을 알면서도 워싱턴으로 보내 미국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중국산 바이러스(Chinese virus)”라는 주장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23일 현재 12만명을 넘겨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확진자는 233만명이다.

나바로 국장은 폭스뉴스에 “그들(중국)은 이미 우리나라에 이미 수만 명을 보내 그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때였으며, 그들이 탄 비행기가 (미국에서) 이륙을 한 뒤 몇 분이 지나서야 우리는 이 팬데믹에 대해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미국에 알리지 않고 협상에 임해 미국이 타격을 입었다는 논리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로이터=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 선물은 1% 이상 급락했다. 다우존스 선물은 한국 시각으로 23일 오전 10시30분께 1.39%포인트,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푸어스 500 지수 역시 1.28~1.39%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도 같은 시각 코스피는 0.53%, 코스닥은 0.59% 하락했다.

그러자 나바로 국장은 다급히 해명에 나섰다. 나바로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다 끝났다는 내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말라”며 “(중국과의) 전반적인 신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발언(broader point about trust)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 선물의 낙폭은 빠르게 줄었다. 오전 11시 기준 S&P500과 나스닥 선물의 하락폭은 각각 0.16%, 0.32%로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미·중 무역 합의 관련 6월 중 주요 말말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중 무역 합의 관련 6월 중 주요 말말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 미ㆍ중 무역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지난 17일 하와이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 후 트위터에 “미ㆍ중 간 1단계 무역 합의의 모든 의무 사항에 대한 완수 및 이행을 다시 약속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커들로 위원장은 악시오스에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going well)”며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비슷한 말씀을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나바로의 발언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호주 CMC마켓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맥카시는 “만약 미국이 진짜로 무역합의를 깼다면, TV 인터뷰 도중 즉흥적인 멘트로 이러한 뉴스를 전하진 않을 것”이라며 “나바로는 중국과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 내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대중 강경파다. 나바로 국장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은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블레임 게임(blame game)의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수진·배정원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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