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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지적에 연임 걱정···" 임종헌 재판 나온 現판사 증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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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임''승진''기회'

"부장님 승진에 악영향 우려" 발언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22일 재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판사 정모씨의 증언에서 나온 단어들을 모아봤다. 정 판사는 2015년 법원행정처가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5일만에 단순위헌 취지의 위법률심판제청 결정으로 번복할 때 좌배석 판사로 근무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은 법률조항 자체가 아닌 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위헌이라 판단하는 한정위헌은 대법원의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고, 행정처를 통해 재판부에 요청해 결정을 번복시켰다. 행정처의 연락을 받았었던 정 판사는 법정에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진술한다.

정모 판사 증언 中

검사(검)=법원 행정처의 얘기(수정 요구)를 듣고 주말내내 고민했나요.
정 판사=네, 개인적으로 지하철을 타면서도 남편에게 전화해 '연임이 안되는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 연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입니다.
=이번 결정 때문에요?
=네
(중략)

=당시 재판장이 잘못될까봐 걱정하기도 하셨죠
=네, 당시 부장님이 중앙에서 형사부 부장판사를 하시고 승진이 안된 상태로 서울남부지법에 오셨어요. 아직 고등법원 부장(차관급)이 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승진에 악영향이 될까 걱정했습니다.

행정처 지적에 연임과 승진 걱정 

판사는 10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는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65세의 정년이 보장된다. 하지만 정 판사는 당시 행정처의 입장과 반대되는 결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연임 걱정을 했다. 재판장의 승진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검사는 정 판사에게 "법원에서 튀는 판결을 못하게 했고, 조직이 경직된 분위기라 들었다"고 물었다. 정 판사는 "그때 당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선 승진을 앞둔 부장님이 많아 항소심에서 판결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7일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7일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 판사가 속했던 재판부는 2015년 4월 한 사립학교 의과대 교수가 "공중보건의 기간을 교직원 재직기간으로 합산하지 않게 해석하는 법 조항은 위법하다"며 교직원법 조항에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 판사는 "단순위헌으로 헌법재판소에 보내면 직전 요청처럼 합헌이 나올까 걱정돼 신청인을 구제할 방법으로 한정위헌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고 말했다.

"기분이 나빠도 취소하자" 

하지만 당시 강화되던 헌재의 위상을 우려한 법원행정처에선 재판부 결정에 번복을 요청했다. 검사는 "당시 재판장이 증인을 불러서 '행정처에서 난리를 피우니 정 판사가 기분 나쁘더라도 결정을 취소하는게 어떻겠냐'고 말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정 판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당시 4년차 판사이던 정 판사는 "기분이 나쁜 것도 있었지만 '내가 뭘 잘못했다'는 그런 생각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 결정의 번복 과정을 '재판 개입'의 일환으로 본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측은 행정처의 '법률 조언'이란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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