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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명률 10%' 유럽, 10명중 1명 사망? 이 통계의 함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장의사들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관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장의사들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관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내 치명률 2.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분석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굳이 '사망률'이라고 안 하고 '치명률'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뭘까. 프랑스와 이탈리아·스페인 등 다른 유럽 주요 국가들의 치명률은 10% 안팎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10%’는 무슨 의미일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10명 중 1명은 사망한다는 의미일까.

답은 ‘NO’다. 현재 각 국가에서 공식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는 치명률(Case Fatality Rate)을 기준으로 한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확진 사망률’인데,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확진됐다고 확인이 된 사람 중에서 사망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이 때 확진자는 진료소에서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을 통해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만 해당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어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검사에서 걸러내지 못한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규모보다 분모가 작은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치명률은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사망하는 비율보다 과대평가 되는 경향을 보인다.

보다 실체에 정확한 수치는 ‘감염자사망률’(Infection Fatality RateㆍIFR)이라고 할 수 있다. 무증상 감염자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한 숫자다. 그러나 이는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정확한 IFR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확진자 뿐 아니라 감염자의 총 숫자를 알아야하는데,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이를 더욱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망자 수도 파악하기 힘들다.

"평균 IFR 0.5~1%"

이런 가운데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과학자들이 코로나19 IFR에 대한 해답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일부 국가의 IFR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IFR을 알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IFR을 너무 낮게 계산하면 지역 사회가 안일하게 대응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높게 계산하면 지역 봉쇄 등 불필요하게 과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 전용 화장터 [EPA=연합뉴스]

지난 13일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 전용 화장터 [EPA=연합뉴스]

네이처에 따르면 한 연구 결과에서 평균 IFR은 0.5%~1%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된 1000명당 평균 5~10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국가나 인종, 사회ㆍ경제적 지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스페인 전역에서 6만명을 대상으로한 연구에서는 IFR이 1%로 나왔다. 브라질의 25,000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도 IFR이 1%로 나왔다. 그에 비해 또 다른 연구들에서는 중국은 0.6, 프랑스는 0.7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연령별로 IFR을 계산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IFR은 0.6이었고 65세 이상 인구의 IFR은 무려 5.6%였다.

로버트 베리티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역학조사 전문가는 네이처에 “IFR은 전염병의 규모를 정확히 보여줘 우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새로운 질병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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