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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3000살 삼나무가 하늘에 낸 녹색 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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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야쿠시마 

일본 규슈(九州)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섬의 90%가 산이고, 그 검푸른 산을 수십m 높이의 삼나무가 덮은 섬. 비가 하도 많이 내려 ‘한 달에 35일 비가 내린다’는 우스개가 전해져 오고, 사람 겁내지 않는 야생동물이 하도 많아 ‘사람 2만 명 사슴 2만 마리 원숭이 2만 마리’가 산다는 섬.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영감을 얻었다는 이끼 계곡이 있는,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그 섬. 야쿠시마(屋久島).

아무리 일본과 사이가 멀어져도, 코로나바이러스로 해외여행이 막혀도 야쿠시마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섬입니다.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은 사슴과 눈을 맞추고, 꼬박 5시간 산을 올라 7200년 살았다는 삼나무 조몬스기(繩文杉)의 안녕을 묻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다시 들어가고 싶은 곳은 밑동 둘레가 13m라는 윌슨 그루터기입니다. 3000년 묵었다는 나무 안에 들어가 고개를 들면 하트 모양의 초록 하늘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시름을 씻어낼 것 같은 하늘이, 거기 나무 안에 있습니다. 부쩍 자연에 기대고 싶은 요즘입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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