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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인간 사라진 밀림, 코끼리 가족은 어떻게 지낼까

중앙일보

입력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요즘 동물 뉴스를 자주 접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탓에 자연을 찾는 인간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물의 일상도 달라졌다는 내용이지요. 그때마다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이 떠오릅니다. 방콕에서 불과 4시간 거리에 있는 야생동물의 낙원입니다.

카오야이 국립공원 면적은 지리산 국립공원의 무려 다섯배에 달합니다. 드넓은 산과 밀림, 초원에 온갖 동물이 삽니다. 사슴과 원숭이는 동네 공원에서 마주치는 강아지만큼 흔하고, 코뿔새·긴팔원숭이 같은 희귀 동물도 많습니다. 흑곰, 호랑이처럼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들도 있지요.

우연히 만난 야생 코끼리 떼가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무려 7마리 대가족이었습니다. 날이 선선해진 오후 5시, 신나게 풀을 뜯고 저희끼리 장난치는 모습은 여태 동물원에서 봤던 코끼리와는 영 딴판이었습니다. 어찌나 기운이 넘치고 재빠른지, 한걸음에 50m 거리에서 지켜보던 저한테 달려드는 건 아닐까 겁도 났습니다.

코끼리 가족에서는 할머니가 우두머리라더군요. 모여드는 구경꾼이 성가셨나 봅니다. 할머니 코끼리가 숲 전체가 쩌렁쩌렁할 정도로 울음소리를 내고는 가족을 이끌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태국 정부가 국립공원 탐방을 금지한 요즘, 할머니 코끼리가 소리칠 일도 덜할 것 같습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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