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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땅끝마을에서 만난 오메가, 끝을 생각하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키웨스트 

미국에도 땅끝마을이 있습니다. 멕시코만 쪽으로 빼죽 내려온 플로리다 주의 최남단 도시 키웨스트(Key west)입니다. 원래 섬이었는데 1938년 본토에서 키웨스트까지 182㎞ 길이의 해상도로가 놓였습니다. 42개 다리로 이어진 고속도로는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히지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키웨스트를 알린 일등공신입니다.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은 랜드마크가 되었고, 그가 10년을 살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 집은 박물관으로 운영 중입니다. 구시가지를 거닐며 헤밍웨이의 집을 비롯한 강렬한 색채의 스페인풍 건물을 구경만 해도 즐겁습니다.

키웨스트는 일몰도 아름답습니다. 몇 해 전, 키웨스트 앞바다에서 선셋 크루즈를 탄 적 있습니다. 육중한 태양이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며 떨어지는 모습을 넋 놓고 지켜봤습니다. 그리스어 ‘오메가(Ω)’ 모양이 뚜렷한 일몰이었습니다. 땅끝마을에서 ‘끝’ ‘마침’을 뜻하는 오메가를 만나다니. 왠지 기분이 묘했습니다.

요즘 모두가 ‘끝’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고약한 감염병의 시대가 어서 끝나기를 바라서겠지요. 머지않아 낯선 이를 경계하지 않으며 함께 어울려 지는 해를 보면 좋겠습니다. 키웨스트에서든 어디에서든.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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