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를 해도 된다. 결혼도 괜찮다. 하지만 임신은 하지 마라"
인도네시아 도심에서는 최근 이렇게 외치고 다니는 보건당국 관계자들을 볼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베이비붐'이 다가올 것을 심각하게 염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 인구 및 가족계획 전담 에이전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집 안에 머물게 된 인도네시아의 백만 명이 넘는 커플들은 피임 기구 사용을 중단했다. 이 에이전시는 병원들로부터 출산 통제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관이다.
NYT는 "많은 여성이 관련 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피임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문이 열려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집밖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내년에 원치 않은 출산이 이어질 것을 염려하는 중이다. 특히나 이미 가난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에서 많은 아이가 태어날 것으로 보여 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가족계획 기구를 이끄는 산부인과 의사 하스토 왈도요는 내년에 37만명에서 50만명가량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에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는 한 해 신생아 수는 480만 명가량이었다.
이는 아동 기아를 막기 위해 저출생 정책을 펴 온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방향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앞서 아동들의 저발육 상태를 줄이는 걸 국가 목표로 꼽았다.
NYT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기혼자들 사이에서 콘돔은 인기가 없다"며 "여성들이 호르몬제를 맞거나 약을 먹는데, 이는 1~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출산 통제 기관에서 방문을 해줘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로 가정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11일 41명 추가되면서 누적 사망자 수가 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 전했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79명으로, 누적 확진자가 총 3만 5295명이라고 밝혔다.
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5.7%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1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해선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편에 속한다.
코로나19 검사 전에 사망한 사람도 많아서 정부 집계보다도 많은 인원이 코로나19로 사망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