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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 '외부인'에 묻지만…"이복현은 독종, 결국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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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먼저 판단하게 됐다. 앞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이 아닌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이 부회장 측의 승부수가 일단 통하게 된 셈이다.

부의심의위원 과반수 찬성, 수사심의위원회 곧 소집

'아슬아슬'…과반수 겨우 넘겨 채택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15명의 위원 중 반대 의견도 상당해 부의 찬성 의견이 과반을 겨우 넘겼다고 한다. 검찰은 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제도의 악용과 혐의 입증을 주장했고, 변호인단은 국민의 알권리와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교사와 전직 공무원, 자영업자 등이 참여한 시민위원회는 이날 오후 부의 결과를 발표하며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 등에 비춰 (이 부회장 측의) 소명 시간 부여 취지로 부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사안으로 기소가 예상돼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으나 표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시민위원회의 결정에 검찰은 "부의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국민의 뜻을 수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위위원회 결정에 감사한다"며 "향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2차 관문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 

이 부회장 입장에서 1차 관문은 넘겼지만 아직 기소 여부에 대해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 시민위원회와 달리,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따지는 수사심의위원회는 사법제도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시민위원회를 설득했던 방식과는 또다른 방법으로 위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선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양측이 이 사건의 법리적 특징과 핵심을 압축된 의견서에 얼마나 잘 담아내는지가 핵심"이라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를 맡고있는 한승 전 법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를 맡고있는 한승 전 법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과 변호인단은 최소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각각 30분 내의 구두 변론을 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사건의 검찰 수사기록만 20만쪽에 달하니 그중 0.0015%의 알맹이만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아차 사건에서도 열린 기소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양측의 변론과 의견서를 검토한 뒤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 권고 의견을 판단한다. 이 역시도 과반수 이상이 나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이 사건에 앞서 열렸던 수사심의위원회의 대표적 사례로는 2018년 불법파업 혐의를 받은 기아차 노조원 불기소 결정과 2019년 불법파견 혐의를 받던 아사히글라스 기소 결정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수사심의위원회 권고에 따랐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팀이 수사 외압혐의로 현직 검사장들을 기소하려 할 때도 수사심의위원회가 요청됐다. 당시는 대검과 수사팀이 조율한 별도의 전문가 자문단이 구성돼 기소 여부를 따졌다. 이때도 수사팀은 자문단의 권고에 따라 현직 검사장들을 불기소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고있는 이복현 부장검사. 사진은 국정농단' 수사 특검 사무실에 출근 중이던 모습. [중앙포토]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고있는 이복현 부장검사. 사진은 국정농단' 수사 특검 사무실에 출근 중이던 모습. [중앙포토]

'독종' 이복현, 마음 굳혔을 수도 

검찰 내부에선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심의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수사팀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이 사건의 주임 부장이 이복현 부장검사 아니냐"며 "국정농단 특검 때도 합류했던 검찰 내 대표적인 독종"이라 말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야 하지만 법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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