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열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가 책 소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이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검사와 판사, 대법원, 기자들까지 모두 인정한다”며 “최씨가 받았으니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논리는 비약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법률돌격대”라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묵시적으로 공모했다는 법리가 동원됐는데 어떻게 묵시적으로 공모를 할 수가 있나”라며 “정적을 타도하기 위한 법리로 악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법리가 유지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뒤에 이 법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울산시장 선거 때도 청와대에서 비서관들을 자주 만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또 “그걸(특검 수사를) 받은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도 한시적인 성격의 사법판단으로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며 “형식적인 사법절차는 곧 끝나지만 이후 ‘역사의 법정’에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최씨가 낸 책 ‘나는 누구인가’의 출판 배경과 경위도 설명했다. 구치소 접견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최씨에게 수사와 재판에서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적으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씨라는 사람이 바르게 판단받을 수 있는 자료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록을 넘어 과거로부터 깨우친 바가 있다는 뜻을 담아 ‘회오기’(悔悟記)라고 이름 붙였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끝에 구속기소됐다. 이후 박영수 특검팀이 출범하며 뇌물수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을 선고받아 11일 대법원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