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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불평등 강화…우파 기획에 함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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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일 강조하는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대한 비판이 민주당 의원 176명 전원이 속한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 제기됐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말 민주당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 올린 '한국적 현실에서 기본소득도입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보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해소) 대신에 경제 활성화(살리기), 경제 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봐야 한다"는 게 신 의원의 분석이다.

신 의원은 글에서 "이 지사는 처음에 기본소득을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빌 게이츠 등과 서구 우파들이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이유와 정확히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빌 게이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30%의 창조적 노동만 남고 70%의 노동은 사라진다는 인식 속에 상품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 '기본소득'의 철학적 배경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이재명식의 기본소득제는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텔레그램 글에서 "하위계층에게 공적 이전소득을 더 높게 지급하거나 집중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동일하게 지급한다면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자산 상위계층의 저축을 높여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지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 도입' 대신 신 의원이 주장하는 대안은 '고용보험 확대'다. 그는 "여전히 선별복지와 사회투자가 답이다"라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취업제도,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바로 사회투자의 확대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텔레그램 방에서는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신 의원의 주장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與 잠룡들 기본소득론 비판…김부겸 "사회안전망 강화가 우선"

여권 잠룡들도 '기본소득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본격적 기본소득 논의에 앞서 '전 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신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하면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반면,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을 과거 기초연금에 빗대며 정면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기본소득에서 기초연금의 데자뷔가'라는 글에서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노인 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표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있었고 비난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박근혜 후보에게 선수를 뺏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요하고 가능한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거나 포퓰리즘 몰이가 두려워 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포퓰리즘"이라며 여권 내 비판을 반박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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