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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로 아동수당 신청 못 했는데..."소급 안된다"는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되는 9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되는 9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거주하는 A씨 부부는 지난 1월 말 첫 아이를 출산했다. A씨가 산후조리를 하는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환자 수는 점점 늘어났다. 급기야 2월 24일 A씨의 거주지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 상황은 신규 환자가 하루에 200명씩 쏟아질 때다.

집 근처서 확진자 발생해 불안 

A씨는 혹여나 본인이 감염되고, 또 아기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한 번도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2월2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거리두기의 강도를 높였고, 지자체는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촉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후 A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된 지난 4월 10일 출생신고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관할 주민센터를 찾았다. 당시 일일 신규 환자는 20명대 수준이었다. A씨는 출생신고와 함께 매월 30만원씩 지급 받을 수 있는 아동·양육수당도 신청했다.

보호자들이 한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보호자들이 한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지자체 "신청기간 지나 소급적용 안돼"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출생일로부터 6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A씨에게 1~3월분 아동·양육수당은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외출 자제로 수당 신청이 늦어진 것인데 소급해 지원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권익위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난·감염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수당 신청을 못 한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권익위 조사결과, 실제 A씨 주장대로 거주지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가 정부와 해당 지자체에서 외출 자제 권고 문자 메시지를 수십 차례 받은 점과 어린 자녀에 대한 염려로 외출을 안 한 점도 이런 판단에 근거가 됐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뉴스1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뉴스1

권익위 "부득이한 사유 인정 해줘야" 

더욱이 ‘아동수당법’이나‘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상 재난·감염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출생일로부터 60일 안에 아동·양육수당을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되면 해당 기간을 이 60일에 포함해 계산하지 않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한다.

권익위는 이런 내용을 종합해 해당 지자체에 아동·양육수당을 소급 적용해 지원해줄 것을 시정 권고했다.

나성운 권익위 고충민원심의관은 “한국이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모범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이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잘 실천해준 덕분”이라며 “이를 따르다가 신청 시기를 놓친 경우 적극 행정을 통해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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