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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속 피한 이재용, 자택서 휴식…다음은 수사심의위 총력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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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9일 새벽 2시쯤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서울구치소를 나온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이 부회장은 교정당국 직원, 취재진 중 한 명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뒤 자신의 G90 차량에 탑승했다. 전날 법원에서 8시간 30분가량 영장심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종일 자택에 머무를 전망이다.

삼성, 총수 구속 피했지만 법률 리스크 산적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2년 4개월 만의 총수 재구속을 피할수 있게 돼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의 ‘법률 리스크’는 아직 산적해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자신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대검 수사심의위원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일단 이틀 뒤인 오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할 서울고검 검찰시민위원회 내 '부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게 1차 관문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앞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일절 없었다는 점 등을 성실히 규명해나가겠다"고 향후 대응 전략을 밝혔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별건으로 기소돼 또다시 장기간 재판을 받는 것보단 현재 계류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집중해 형사재판 문제를 빨리 털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코로나, 미·중 갈등, 한·일 경색까지 대외 환경 불확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도 삼성으로선 전례가 없는 불확실성이다. 특히 최근 한·일 양국 갈등이 깊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일 관계가 다시 경색될 경우, 최근 발표한 평택 공장 내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 EUV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는 JSR·신에츠 등 일본 기업이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18조원을 투입하는 등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매진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영장기각 요지에는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문구가 적시됐다는 이유다. 법원이 검찰이 구속 필요성으로 거론한 내용 중 2015년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공시누락),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둔 두 회사의 주가 관리 등이 모두 이 부회장의 지시 또는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이후 이뤄졌는지 등이 수사 기록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법원, 범죄혐의 소명되지 않았다 판단"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구속 영장이 기각된 직후 "법원 결정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입장을 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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