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의쟁투 강경노선에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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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의 ´임의조제´ 를 근절하는 안이 못돼 수용할 수 없다" (의쟁투) , "미흡하지만 합의안을 수용해야 한다" (의대 교수) -.

약사법 개정 합의안을 두고 의료계가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개원의가 중심인 의권쟁취투쟁위원회와 결별을 각오하며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개원의.교수.전공의.전임의.학생 등이 ´의료계´ 로 묶여 정부의 의약분업안과 의료정책의 실패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으나 약사법 개정 합의안을 두고 명백한 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대립의 바탕에는 의약분업 방법론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다. 개원의들이 10월께부터 일본식 선택분업을 공론화하자 완전 의약분업을 주장하는 교수.전공의.전임의.학생 등은 "의약분업을 하지말자는 것이냐" 며 개원의들을 비판해 왔다.

이번 약사법 합의안에 대해 교수 등은 "각론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약사법이 다는 아니다. 향후 전개될 의료제도 개혁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합의안을 수용하자" 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쟁투에 대한 비판은 13일 정오 서울대 의대교수협의회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김현집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은 개회 발언에서 "의약정 협의회의 결과가 1백점짜리는 될 수 없다. 의쟁투가 얻은 것이 없다며 없던 일로 하려는 것은 잘못됐다. 말없는 대다수 의사들을 대변하고 전공의들을 이끌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의쟁투가 끝까지 선택분업을 주장한다면 정면 대결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고까지 말했다.

金교수의 주장에 찬성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협상 자체를 거듭 없던 일로 하려는 의쟁투의 움직임을 보고 더이상 동거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생각했다. 의료계의 ´이완용´ 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고 했다.

이 회의는 별다른 이론없이 1시간여 만에 합의안 수용을 가결했다. 이날 오후 연세대 의대교수협의회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전임의(펠로) 들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전임의협의회 관계자는 "개원의들이 전공의와 학생을 내세워 선택분업을 관철하려 한다. 개원의 중 10~20%의 강경파가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신성식.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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