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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의 살덩어리

중앙일보

입력

며칠 전 거울을 들여다보던 K모 과장(35)은 자신의 눈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심히 살펴보니 코 쪽으로부터 조그만 살덩이가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력도 정상인데다 통증도 없었지만 왠지 불안해 안과를 찾았다.

우리말로는 ‘군날개’로 불리는 익상편 환자가 의외로 많다. 분홍빛을 띤 날개모양의 군살이 흰자위(결막)로부터 검은 동자(각막)위로 서서히 자라 들어가는 이 질환은 주로 코 쪽의 흰자위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특징.

연세대의대 안과 김응권 교수(02-361-8532)는 “익상편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많고, 특히 코 쪽에서부터 익상편이 자라는 것으로 미루어 햇빛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온이 높고 태양 빛이 강하며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지방에서 다발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 섬에서 환자가 특히 많이 발견된다. 익상편이 코 쪽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45도 각도의 코 경사면이 빛을 코 안쪽으로 모아 주기 때문.

군날개는 이미 20, 30대부터 발견된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가량 많은 것도 이 질환의 특징.

익상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자라고 통증과 같은 특별한 불편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김교수는 “간혹 가벼운 이물질이나 출혈이 있지만 대부분 큰 부작용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하지만 진행범위가 차차 넓어지면서 검은 동자 중심부위의 동공을 가리게 되면 심각한 시력장애를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익상편이 자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수년간에 걸쳐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언제 어느 때 갑자기 커질지 알 수가 없으므로 적당한 시기에 미리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익상편의 치료는 수술이 최선. 심하게 진행된 뒤 수술을 하면 시력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수술은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또 수술시기가 늦으면 군날개의 변성된 흔적이 더 많이 남아 미용상 좋지 않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

문제는 재발률. 김교수는 “50세 이후 발생한 익상편은 수술 후 재발률이 적지만 젊은 사람의 경우 재발률이 높아 치료도 이를 방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수술 후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는데 그중 하나가 다른 부위의 결막 일부를 이식하는 방법. 또 약물로는 세포의 성장을 막는 항암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고종관 중앙일보 정보과학부 기자 (kojokw@joongang.co.kr)/일러스트 김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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