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도권 세입자, 월급 20%가 임대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세 들어 사는 가구의 경우 월급의 20%를 임대료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12월 표본 6만 가구를 대상으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국토부 2019년 주거실태조사 #전·월세 비중 4대6으로 월세가 높아 #“자가 거주” 전국 58% 수도권 50% #내집 첫 장만 6.9년 걸려, 약간 단축

수도권의 경우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RIR)이 20%로, 2018년(18.6%)보다 뛰었다. 수도권의 무주택자들은 살기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도 지난해 월급의 16.1%를 월세로 냈고, 2018년(15.5%)보다 임대료 부담이 늘었다.

이번 조사 결과 국토부는 “국민의 주거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주거 안정성 지표로 내 집 장만 비율을 꼽는다. 전국에서 내 집에서 사는 비율(자가점유율)이 58%로 2006년(5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2018년(57.7%)보다 늘었다. 내 집을 가진 비율(자가보유율)도 지난해 61.2%를 기록해 2018년(61.1%)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전국에서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도권의 자가보유율은 54.1%로 2018년(54.2%)보다 소폭 줄었다. 2006년(56.8%)보다도 낮다. 수도권 자가점유율은 50%로 2018년(49.9%) 대비 소폭 늘었고, 2006년(50.2%)보다 줄었다. 2016년 임차 가구 중 월세 비율(60.5%)이 확 높아진 월세 비중 역전현상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월세 비율은 60.3%, 전세 비율은 39.7%를 기록했다.

생애 처음 주택을 마련하는 데는 6.9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7년)보다 걸리는 시간이 다소 줄었다. 내 집 살이와 셋집 살이의 거주 기간 차이는 여전히 컸다. 지난해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7년으로 2018년과 같았다. 내 집일 경우 평균 10.7년을 살았지만, 임차 가구는 3.2년을 살았다. 임차 가구 중 60.9%가 2년 이내로 이사했다.

이사 이유는 더 나은 주거여건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설이나 설비가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수요(42.6%)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직장·주거 근접이나 직장변동으로 인해(30.8%), 내 집으로 이사 또는 내 집 마련을 위해(27.2%), 교통이 편하고 편의·문화시설이나 공원 및 녹지 등이 좋은 지역으로 가기 위해(23.9%) 이사를 했다. 계약 만기(15.6%)나 비싼 집값 때문(10.9%)에 이사하는 건 10%대에 그쳤다.

내 집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84.1%로 2018년(82.5%)보다 늘었다. 특히 가구주의 연령이나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내 집 장만을 원했다. 60세 이상은 89.2%가, 상위 소득의 경우 91.4%가 내 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집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로 주거안정(89.7%)이 가장 많았고, 자산증식(7.1%), 노후생활자금(3.3%) 순으로 답했다.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1.2%)이 꼽혔다. 최근 들어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이 40%로 줄어들고, 15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등 대출 관련 정부 규제가 유례없이 세진 탓으로 풀이된다. 이어 ‘전세자금 대출 지원(23.5%)’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1.9%)’ 순으로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