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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혹 전면 부인한 윤미향, 사퇴가 답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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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호 30면

윤미향(56)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어제 첫 공식 해명 자리에서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숱한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충격적 문제 제기 이후 22일 만의 해명치고는 실망스러웠다.

21대 국회 개원 하루 전날 갑자기 회견 #의혹들에 “사실과 다르다”며 변명 열거 #검찰 엄정 수사하고, 여당 개입 말아야

그동안 윤 당선인은 물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과거 활동을 둘러싼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쏟아졌지만, 친일 세력의 악의적 왜곡으로 몰아가기 바빴다. 결국 21대 국회 개원을 불과 하루 앞둔 금요일 오후에 갑자기 나타나 23분간 입장문을 읽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자기변명으로 일관한 이런 해명 자리 한 번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을 일거에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당선인은 정대협과 정의연 활동을 해오면서 개인 계좌 네 개를 통해 아홉 차례 2억8000만원을 모금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니 개인 계좌 사용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사과했다. 본인 입으로 인정한 ‘개인 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2014년 이후’는 물론 ‘허술한 부분’과 ‘수많은 거래 내역’을 토대로 횡령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본인과 친인척 명의로 주택 다섯채를 매입한 과정에 대해서도 “후원금 유용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공금 횡령 여부는 더 세밀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경기도 안성 힐링센터에 아버지를 관리인으로 고용하고 월급을 꼬박꼬박 지급한 행위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는 위안부 단체를 사적으로 이용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연을 통해 남편 신문사에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의혹도 여전히 해명이 군색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소명되지 않은 내용은 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께서 충분하다고 판단하실 때까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의정 활동 노력을 강조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는 거부했다. 하지만 해명 기자회견 한 번으로 비리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0일부터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고 불체포특권 뒤에 숨을 수 있다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0%가 윤 당선인의 사퇴를 바라고 있다. 진심으로 책임을 느낀다며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순리다.

이제 공은 검찰 수사로 넘어갔다. 검찰은 177석 거대 여당의 위세에 눌리거나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영향받으면 안 된다. 외압에 휘둘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 비호에 앞장서던 행태를 멈춰야 한다. 이 사건을 정치 논리로 물타기 하거나, 대충 덮고 넘어가려고 꼼수를 부리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를 ‘대구 노인’이라 비하하거나 ‘치매’로 몰아가는 일부 친여 성향 인사들은 패륜적 언행을 중단하길 촉구한다.

사실 이번 사건은 이용수 할머니의 진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할머니의 메시지는 일본의 사과와 배상 등 과거 문제를 마무리하되 미래로 나가자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한·일 양국 정부는 물론 정대협과 정의연은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정대협과 정의연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이번 의혹 사건을 통해 드러난 폐단을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위안부 진실 규명 운동을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주먹구구식 낡은 회계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위안부 진실규명 운동이 특정 진영·정당과 결탁 말고 초당파적·범국민적으로 운영되도록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통렬한 자성과 뼈를 깎는 쇄신 노력만이 윤 당선인과 정대협·정의연이 실추시킨 이 운동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할머니들의 명예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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