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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식당에서 웨이터 부를 때 Hello! 아닌 Waiter!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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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호 14면

콩글리시 인문학

덴마크 식당

덴마크 식당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세계 최고의 식당이 하나 있다. 2010년 이래 네 차례에 걸쳐 the world’s best restaurant으로 선정된 NOMA(사진)가 그곳이다. 북유럽 최고의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한 염장과 발효 중심의 노르딕요리가 특징이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이 필수다. 오전 11시 30분부터 다섯 차례 손님을 받지만 전 세계 미식가들이 이곳을 찾는 탓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레스토랑 노마에서 e메일이 왔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3월 14일 이후 문을 닫았다가 다시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wine bar는 5월 21일 오후 1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가든에서 문을 연다고 했다.

수석 셰프 르네 레제피(Rene Re-dzepi)가 밝힌 연간 메뉴는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세 시즌으로 나뉜다. 해산물시즌(Seafood Season)은 1월 9일 시작해 6월 1일 끝나고, 야채시즌(Vegetable Season)은 6월 25일부터 9월 21일까지, 사냥 및 숲시즌(Game and Forest Season)은 10월 15일부터 12월 21일까지다. game and forest 시즌의 주재료는 사냥한 동물과 새, 버섯 등이니까 자기 입맛(palate)에 맞추어 예약 날짜를 정해야 한다. 이런 fine dining restaurant의 밥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1인당 식사비가 300유로라고 치면 와인 한 병 값도 그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4인 식대가 1500유로쯤 된다.

식당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식재료와 음식의 맛, 실내장식과 분위기, 청결과 위생, 종업원의 서비스, 사회적 평판 등이다. 특히 직원들의 친절과 서비스는 중요한 잣대다. 우리는 식당에서 웨이터를 부를 때 “여기요!” “이모!” “여보세요!” 등 제각각이다. 옛날 중국집에서는 손뼉을 쳐서 웨이터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a fancy restaurant에서는 여기요, 이모 등 소리칠 일이 없다. 손을 가볍게 들든가 고개만 돌려도 waiter나 waitress가 즉각 대령한다. “뭐 필요하신 것 있습니까?”

영국과 미국의 식당에서 waiter를 불러야 할 때 뭐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나와 동행한 사람이 “Hello, hello!”라고 소리친 적이 있다. hello에 여보세요의 뜻이 없는 건 아니나 식당에서 쓰기엔 적절치 못하다.

“Hello, is there anybody there?”(보세요, 게 누구 없소?)처럼 누군가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쓸 수 있지만, 식당의 waiter를 부르는 말은 아니다. hello는 누구를 만났을 때 또는 전화 응대에 쓰는 인사말이다.

“Waiter, can I have another glass of wine, please?”(웨이터, 와인 한 잔 더 주시겠소?).

“Waiter, let me have the check.”(웨이터, 계산서 주세요).

웨이터를 부를 때는 그대로 “웨이터!”라고 한다. 우리 정서에는 아무리 급사라도 해도 급사라고 부를 수 있나 하는 편견이 존재한다. 직업에 귀천 없다. 자신을 waiter라고 부른다고 불쾌하게 생각할 waiter는 미국에 없다.

Waiter!라고 부르는 게 익숙지 않거든 “Excuse me!” 또는 “Pardon me!”라고 말하라. 미식(美食)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軌)를 같이한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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