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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을 때 ‘바사삭’ 소리까지 잡아내요…이것만 있으면 나도 유튜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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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유주현(왼쪽)·송호성 선임연구원. 앞쪽 물건은 소리 테스트에서 사용한 도구들. [사진 LG전자]

유주현(왼쪽)·송호성 선임연구원. 앞쪽 물건은 소리 테스트에서 사용한 도구들. [사진 LG전자]

“먹방 유투버처럼 김치찌개 끓는 소리까지 잡아내 녹음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출시된 스마트폰인 LG벨벳은 디자인도 특이하지만 동영상 촬영과 녹음 기능에서도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된다. 벨벳폰 개발에 참여한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연구소의 유주현(39)·송호성(35) 선임연구원에게 물었다. 두 연구원은 “20·30세대의 소비자를 직접 따라다니며 인터뷰해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차별화된 동영상 기능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유튜버처럼 (고급)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LG벨벳 스마트폰 개발자 인터뷰 #20~30대 라이프 스타일 집중 연구 #음식 먹는 소리도 실감 나게 녹음

두 사람이 파악한 20~30대 스마트폰 소비자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스마트폰을 단순한 장치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여기고 ▶동영상으로 순간순간 재미와 일상을 공유하고 ▶매일 장시간 동영상을 소비하며 실시간으로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개발 과정에서 전문 유튜버들과 함께 한겨울 서울 반포대교나 대형 쇼핑몰 등을 찾아가 소음 환경 촬영을 실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소리 녹음은 먹방 유튜브 등에서 많이 활용하는 기능이다. 예컨대 치킨을 먹을 때 ‘바사삭’하는 소리를 입체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 송 연구원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치찌개 끓이는 소리, 고기 굽는 소리 같은 걸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고가 장비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며 “소리를 증폭시킨 뒤 되살려 원음은 살리고 소음을 줄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게 어려웠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사람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들려주고 주변 소음은 줄이는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도 있다.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처럼 일상을 촬영하는데 유용한 기능이라고 한다. 유 연구원은 “브이로그는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하면서 인물의 음성을 명료하게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SMR (녹음 기능)과 마찬가지로 촬영 후 별도의 편집 없이 바로 (온라인에) 올릴 수 있게 했다”며 “초보자도 쉽게 영상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 아웃포커스 기능에는 두 가지 기술이 적용됐다. 첫째는 음성 분리 알고리즘이다. 사람의 목소리와 주변 소리를 구분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용자가 주변 소리의 크기를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유 연구원은 “인공지능(AI)의 딥러닝(심층학습)을 기반으로 음성 분리 알고리즘을 적용했다”며 “모바일 촬영 분야에선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다만 LG벨벳에는 8K 해상도의 고화질 동영상을 촬영하는 기능이 빠졌다. 개발자들은 “8K는 아직 실용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콘텐트 생산과 소비의 관점에서 봤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단순히 숫자로 드러나는 스펙(사양)만 높이는 것보다 사용자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최적화하는 것과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스마트폰은 개별 소비자의 니즈(필요)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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