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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최신종의 약 핑계···"반성조차 없어" 유족 두번 운다

중앙일보

입력

최신종. [사진 전북경찰청]

최신종. [사진 전북경찰청]

"하루아침에 외동딸을 잃어 애달픈데 약물을 핑계로 모르쇠로 나오는 것 자체가 황당합니다."

최신종, 연쇄살인·사체유기 인정 #구체적 범행 동기·경위 '모르쇠' #"아내 우울증 약 먹었다" 주장 #부산 여성 부친 "핑계…엄벌해야" #경찰, 강도살인 등 추가 송치 예정

 두 여성을 나흘 간격으로 살해한 '연쇄 살인범' 최신종(31·구속)에게 두 번째로 살해된 부산 20대 여성의 아버지 A씨는 2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신종이 지난달 18일 A씨의 딸 B씨(29)를 살해하기 전날 그의 아내가 먹던 우울증 약을 과다 복용해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 "약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두고 한 말이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 25일 최씨 부부가 다닌 병원·약국 11곳을 압수수색해 진료 기록 등을 확보했다. "아내가 처방받은 우울증 약을 먹어 범행 당시 기억이 흐릿하다"는 최신종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A씨는 "(최신종은) 아직까지 반성도 없다"며 "진범으로 밝혀진 만큼 법이 정한 가장 엄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했다. 부산에서 B씨와 단둘이 살던 A씨는 지난달 29일 "우리 딸이 (4월) 15일 집을 나간 뒤 며칠째 연락이 안 된다"며 부산진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딸은 지난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지난달 18일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서 실종된 20대 부산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지난달 18일 전주 한옥마을 부근에서 실종된 20대 부산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 내부에서는 '약물 과다 복용'을 주장하는 최신종에 대해 "심신 미약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을 부각해 감형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신종은 물증이 확실한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는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서는 진술이 오락가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신종의 아내는 지난달 17일 "남편이 약물 과다 복용 증세를 보인다"며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막상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최신종은 병원 이송을 완강히 거부했다.

 구급대원들도 최신종의 상태가 나쁘지 않아 그의 아내에게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남편) 위를 세척하라"고 안내한 후 돌아갔다. 최신종은 119구급대가 출동한 다음 날 부산에서 온 B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최신종의 약물 복용 주장을 거짓으로 보고 있다. 최신종의 아내가 경찰에서 "내가 복용하던 약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진술해서다. 게다가 119 출동 이후에도 최신종은 운전과 채팅 앱 대화 등 일상생활을 온전히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신종은 아내 지인을 살해한 직후인 지난달 15일 새벽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음성 파일 형식의 유서를 휴대전화에 저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다" 등 아내와 자기 친누나·남동생 등 가족 앞으로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에게도 전송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였다면 가족에게 보냈어야 하는데 하나도 안 보냈다"며 "(음성 파일에는) 자기가 한 행위에 대한 반성은 없고, 유서 같지 않은 유서를 녹음해 놓고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재판에서) 형을 감경받으려는 의도 같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한 천변에서 같은 달 14일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전북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한 천변에서 같은 달 14일 전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조만간 부산 여성 살해 사건을 마무리하고 구속기소 의견으로 최신종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최신종은 지난달 18일 자정 무렵 전주 한옥마을 부근 주유소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서 B씨의 현금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다음 목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과수원에 유기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랜덤 채팅 앱(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최신종은 지난달 14일 오후 10시 40분쯤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에 혼자 살던 아내 지인 C씨(34·여)를 승용차에 태운 뒤 성폭행하고,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은 다음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튿날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사이 천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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