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이 많이 낳는 1분기 출산율, 작년 1.02서 올 0.9로 추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7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여성병원에서 출산 장려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사진 광주 북구청]

27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여성병원에서 출산 장려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사진 광주 북구청]

올해 1분기 출생아 수가 역대 최소인 7만4050명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출생아 수가 연말보다 연초에 많은 것을 고려할 때 올해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30만 명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청년 구직난에 결혼 자체 꺼려 #출생아 수 7만4050명 역대 최소 #올해가 인구 자연감소 원년 될듯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9179명) 줄었다. 감소율은 지난해(-7.3%)보다 3.7%포인트 늘어났다. 이에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1분기 0.9명으로 지난해보다 0.12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1분기 기준으로 1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별 출생아, 사망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월별 출생아, 사망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통상적으로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자녀가 또래보다 작은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연초인 1분기에 출생아 수가 많은 편이다. 지난해에도 합계출산율은 1분기 1.02명, 2분기 0.92명, 3분기 0.89명, 4분기 0.85명이었다.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30만 명대(30만3100명)에 턱걸이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출생아는 20만 명대로 내려앉고, 연간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0.92명에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틀어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보통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인구 유지가 된다고 본다.

1차적인 원인은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밑도는 현상이 1983년부터 계속 이어지면서 젊은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데 있다. 문제는 감소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 인구가 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5년 주기에 맞춰 2021년 공표할 예정이던 장래인구추계를 지난해 2년 앞당겨 발표한 것도 예상보다 빠른 출산율 하락 때문이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팍팍한 경제 상황, 점점 어려워지는 취업, 치솟는 집값 등에 따른 젊은 세대의 좌절이 결혼 포기, 출산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혼을 해도 경제·교육 문제 등으로 첫아이를 낳는 시점을 늦추고, 둘째를 낳는 것을 꺼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첫째 아이를 갖기까지 걸린 평균 결혼생활 기간은 2.34년으로 2017년(1.89년)보다 늘었다. 둘째 아이 이상 출생아 수 구성비도 43.8%로 2017년(47.8%)보다 줄었다. 박영범 교수는 “노동력 부족, 소비 위축 등으로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라며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국가 사회안전망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반면 고령화 추세로 사망자는 계속 늘면서 올해부터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줄어든 2만4378명. 3월 사망자 수는 이보다 1501명 많은 2만5879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3.6% 늘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자연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그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보육 환경 개선에 맞춰졌지만 청년들은 결혼·보육까지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준비 중인 4차 기본계획에는 청년이 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지에 대해 성찰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