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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급여 45% 올랐는데 연봉 왜 그대로? 평균급여의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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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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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급여가 3000만원이 넘으니 연봉이 어마하네. 부럽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 걸린 경제 뉴스 상위 목록에 있는 보도에 달린 한 댓글이다. SK그룹(19개 계열사)의 1분기 평균 급여가 지난해 같은 기간(4920만원)보다 31.9% 내린 3350만원이었다는 내용을 두고 한 얘기다. 31% 내린 1분기 급여가 3000만원이 넘는 다는 사실을 두고 “대기업이라고 다 같은 대기업이 아니다”, “생활은 가능한 연봉이네ㅎㅎ”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대기업집단 데이터 서비스 회사인 인포빅스가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직원 평균 급여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HDC그룹이었다. 공시 자료에서 '급여 총액÷직원 수'로 계산한 결과 HDC그룹의 올해 1분기 평균 급여는 2470만원이었다. 2019년 1분기(1700만원)에 비해 44.9% 늘었다.

한때 시가총액 8위까지 올랐던 카카오(26일 기준 9위)의 1분기 평균 급여(2700만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2188만원)에 비해 23.4%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신세계(1061만→1167만원)가 9.9%, 현대자동차(1948만→2126만원)는 9.1% 각각 오른 상승률 상위 기업이다.

사진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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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각 회사 관계자들은 “공개된 내용과 달리 실제 연봉엔 큰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인상 폭이 큰 HDC는 "착시 효과"라고 설명했다. HDC 직원들은 통상 그해의 성과급을 그해 말에 받아왔는데, 2019년분 성과급은 올해 3월에 지급됐다. 직원 입장에선 지난해 받을 연봉 중 일부가 올해 1분기 급여로 계산됐다는 얘기다. HDC 관계자는 “성과급 효과를 빼면 실제로 전체적인 올해 연봉이 크게 오르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스톡옵션 효과로 급여액이 오른 것으로 공시됐다고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부여할 때가 아니라 임직원이 그것을 행사할 때 급여 지출이 된 것으로 기록된다”며 “올해 1분기에 이를 행사한 임직원이 많아 평균 급여가 오른 것으로 통계가 나온 것일 뿐 실제 체감하는 월급 인상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뉴스1

카카오 판교오피스. 뉴스1

현대차는 급여를 주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연봉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직원들은 지난해까지 상여금을 짝수달(연 6회)에 한 번씩 나눠 받았는데, 올해부터는 달마다(연 12회) 쪼개 받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는 2월에 성과급 6분의 1을 받았다면, 올해는 1~3월 성과급 4분의 1을 받은 셈이기 때문에 1분기 급여가 올라간 것”이라며 “2020년 1년 치를 연말에 계산해보면 실제 직원들 주머니에 들어오는 총액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공시 오류 때문에 급여가 9.9% 오른 것으로 집계되는 해프닝이 생겼다. 신세계 관계자는 "7개 상장사 중 한 곳에서 급여 공시에 오류가 있었다"며 "곧 수정 공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급여가 내려간 것으로 조사된 SK도 성과급 효과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19년 영업이익이 1년 전의 7분의 1(20조8000억→3조원)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성과급을 주지 않고, 대신 이보다 낮은 수준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성과급이 줄었으니 급여 지급액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직원들의 기본 연봉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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