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살때 글 읽는 것 좋아할 일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3세 이전에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 어린이는 과잉언어증을 의심해보세요.´

최근 아이들의 시각을 반복적으로 자극, 언어를 습득케 하는 각종 교재가 쏟아지면서 과잉언어증 어린이가 늘어나자 소아정신과의사가 이를 경고하고 나섰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과 남민교수는 "유아기에는 오감에 의한 다양한 접촉을 통해 두뇌를 발달시켜야 하는데 학습 비디오나 학습지 등 문자.숫자에 과도하게 반복된 자극을 강요함으로써 두뇌성장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고 경고했다.

과잉언어증(Hyperlexia) 이란 읽는 능력은 매우 발달해 있지만 언어를 이해하거나 대인관계를 위한 의사소통 능력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귀로 듣는 것보다 인쇄된 글자나 화면에 더 잘 반응해 일명 초독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과잉언어증 아이들은 보통 2세 이전, 심지어 출생 직후부터 부모에 의해 한글이나 영어학습용 비디오 등에 하루 3시간 이상 노출됐다.

방에 있는 놀잇감도 대부분 글을 배우는 학습용 교재들이었고, 어머니는 계속적으로 책이나 한글카드를 보여주며 아동의 문자학습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들의 조기교육 열풍과 상술이 빚어낸 이러한 신종 정신질환은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최근 ´2세 미만 어린이는 TV를 절대 봐서는 안된다´ 는 권고안을 채택했고, 텔레토비와 같이 내용이 반복되어 나오는 프로그램을 유해한 것으로 분류했을 정도.

과잉언어증의 발병시기는 2세에서 5세까지. 증상은 언어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 강박적으로 읽거나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어체 표현은 빈약하고 어려워하지만 문어체 어휘력은 뛰어나고 글자와 숫자에 집착하는 경향도 보인다.

또 말을 매우 빠르고 기계적으로 중얼거리거나,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 때문에 자폐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치료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제공하는 것. 남교수는 "그동안 사용하던 학습용 교재를 폐기하고, 친구와 어울리는 대인활동이나 음악.미술 등 다양한 학습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종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