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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만 보면 코로나 끝난 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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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간극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뉴욕 증시는 지난 두 달간 32% 급등하는 등 코로나19 발생 직후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같은 기간 미국 노동자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미국인 4명 중 1명 실직했는데 #다우지수 폭락치 상당부분 회복 #IB “3분기 경기 V자형 반등 기대” #일부선 “달러 살포 따른 디커플링”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 전 세계 주식 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특히 한국 증시의 회복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스닥 지수의 최저점 대비 상승률은 지난 22일 기준 65.4%로, 세계 9개 주요국 지수 가운데 1위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도 35.2% 올랐다. 미국 다우지수(31.5%)나 나스닥지수(35.9%)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독일 DAX지수(31.2%)와 일본 닛케이(23.2%), 호주 ASX200(20.9%), 영국 FTSE 100(20%), 프랑스 CAC40(18.4%)도 한국 증시 상승률엔 못 미쳤다. 중국 상하이지수(5.8%), 홍콩 항셍지수(5.7%)는 한 자릿수 상승률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는 암울한 상황에서 주식 시장만 고공 행진하는 이례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물경제는 좋지 않다. 당장 다음 달 미국 실업률이 최대 25%로 치솟을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관료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30%(연율 기준)까지 거론된다.

금융시장은 왜 실물경제와 거꾸로 움직일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달 나온 성장·고용·소비 지표는 투자자가 이미 예상한 것과 일치한 과거 데이터에 불과하다”며 “시장은 3분기 강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자형’ 반등론이다. BofA는 “과거 경기 회복 주기를 볼 때 가장 어려웠을 때도 ‘U자형’은 거의 없었다”며 “경제활동이 재개된 지역의 스타벅스 매출만 봐도 ‘V자형’ 회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BofA는 뉴욕 증시가 오는 2022년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면 상당히 이른 시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4월 신규 실업자의 78%는 일시적으로 해고된 이들”이라며 “경기가 반등하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기존 직장에 재고용될 것이고, 고용시장 회복도 더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투자업계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부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디커플링 현상에 대해 “위험한 괴리”라고 평가하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무제한 달러 살포에 나서면서 주가를 떠받쳤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각국이 파격적인 재정·금융정책을 쏟아부은 덕분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투자자들은 Fed를 등에 업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2차 확산과 같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시장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과거 위기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무제한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유동성 거품과 과도한 부채 증가는 금융시스템 불안, 성장 잠재력 훼손을 초래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배정원·황의영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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