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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막는다"…원구성 협상 신경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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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시작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첫 회동을 가지면서다. 협상 시계는 일단 원 구성 시한(6월 8일)까지 15일간으로 설정돼 있지만, 견해차에 따라 기약 없이 돌아갈 수도 있다.

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이 정한 시한 내 개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김태년 민주당,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6일에 만나 협상을 이어간다는 총론만 합의한 뒤 헤어졌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는 “여당 177석, 야당 103석의 변화된 21대 국회 판을 인정한 가운데 협상을 해야 한다”(민주당) “여야의 상생과 협치를 위한 여당의 통 큰 양보를 기대한다”(통합당)는 입장이 맞부딪쳤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국회 본청에서 가진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국회 본청에서 가진 회동에서 악수를 하고있다. 오종택 기자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다.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1호 공약인 ‘일하는 국회’ 실현을 위해 국회법부터 손 보면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상임위가 처리해 올린 법안이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법사위가 게이트키퍼(Gatekeeper·문지기)처럼 기능하면서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단호히 배격하겠다”며 “법사위 자체를 개혁하는 게 필요하고, 그 바탕 위에서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빼는 건 ‘협상용’이 아니라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란 뜻이다.

반면 통합당은 “야당 최후의 보루인 법사위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라며 “국회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지 무슨 일하는 국회냐”(김성원 원내수석)고 반대한다.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김도읍만은 막아라”=민주당이 ‘일하는 국회’에 드라이브를 거는 명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경제 위기 극복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체제를 국회가 마련해야 한다”(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기존 관례도 과감히 깨겠다는 입장이다. 관례상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이번에는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야당에서 유력한 법사위원장으로 김도읍(부산 북-강서을·3선) 의원이 거론되는 점도 민주당에겐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헌법불합치로 개정이 시급한 세무사법이 결국 폐기된 것도 법사위 통합당 간사였던 김 의원의 제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종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종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야당 법사위원장은 ‘나쁜 관례’=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법사위는 원래 책임정치에 기반해서 여당이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실제 16대 국회 이전까지 법사위원장은 여당 몫이었다. 진보 진영이 첫 과반 압승을 거뒀던 17대 국회부터 야당 몫이 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당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편하게 생각해서 야당에 법사위를 넘겨 줬는데, 그게 나쁜 선례가 됐다. 우리가 야당일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당은 177석에 이르는 의석수에 기대 16년만의 법사위 탈환을 노린다. 합당하더라도 103석에 그치는 통합당(84석)·미래한국당(19석)을 압도한다. “판 자체가 바뀌었으니, 그 의미를 잘 받들어서 대의기구인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원 구성을 해야 한다”(김영진 원내수석)는 주장이다.

그러나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관례도 관례지만,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사위 등 주요 상임위는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21대 국회 첫발을 떼기 전부터 ‘오만과 독선’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점을 걱정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표결을 통한 상임위원장 선출”을 시사하며 ‘제로베이스 협상’ 전략을 내세웠지만, 결국 절충안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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