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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힘만으론 역부족, 5월 수출도 -20% 추락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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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반적인 수출 부진에도 라면 수출액은 올해 들어 4개월간 1억9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4.5% 늘었다.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뉴스1]

전반적인 수출 부진에도 라면 수출액은 올해 들어 4개월간 1억94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4.5% 늘었다.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뉴스1]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수출 효자’ 반도체의 분전에도 전체 수출의 가파른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0일까지 차 -59%, 석유제품 -69% #두 달연속 두자릿수 마이너스 될 듯 #무역수지도 26억8000만 달러 적자 #미·중 갈등에 반도체도 살얼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수요가 줄면서 자동차,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워낙 부진했다. 미·중간 갈등에 따른 무역전쟁 ‘시즌 2’가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수출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있던 탈출구마저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월별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03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전체 수출은 지난달(-24.3%)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2월에 3.8% 늘며 반등했던 수출은 3월 0.7% 줄었고 코로나 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지난달에 낙폭을 크게 키웠다.

전체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수출액은 이달 1~20일에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선박도 31.4% 늘었다. 하지만 자동차(-58.6%), 석유제품(-68.6%)과 같은 주력 품목의 하락 폭이 매우 큰 탓에 전체 수출은 1~10일(-46.3%) 대비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월별 반도체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월별 반도체 수출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역별 수출액도 줄줄이 내려갔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7.9% 줄었고, 유럽연합(-18.4%), 베트남(-26.5%), 일본(-22.4%)으로의 수출도 두 자릿수 하락 폭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세가 수그러든 중국으로의 수출도 1.7% 감소했다.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부진이 끝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수출 전망도 어둡다. 게다가 끝없이 미끄러지는 한국 수출을 붙잡아 준 반도체 선방이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월별 무역수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월별 무역수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달 1~20일 수입은 23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감소했다. 정보통신기기(13.1%), 기계류(0.1%), 자동차(27.2%) 등은 수입이 증가했지만 반도체(-8.6%), 원유(-69.3%), 가스(-7.3%) 등은 수입액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26억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9억5000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반도체는 코로나19 여파가 덜 미칠 품목으로 꼽혔다. 오히려 ‘비대면(언택트)’ 산업 확대에 따른 서버 및 PC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꼽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가 모든 품목에 골고루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반도체는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중 관계 악화라는 돌발 변수가 불거졌다. 반도체는 무역 분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품목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중국은 수입산 중간재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미국에 내다 많이 파는 구조”라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미 경험한 일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전년 대비 25.9% 급감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적어도 향후 2~3개월까지 수출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제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원격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미래 수출 먹거리를 마련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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