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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코로나19 사스보다 교활…일상으로 돌아가고픈 관성과 싸워야"

중앙일보

입력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0일 열린 오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는 가장 교활한 바이러스"라고 경고했다. [제공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0일 열린 오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는 가장 교활한 바이러스"라고 경고했다. [제공 보건복지부]

일상의 모습을 바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불편한 동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스보다 교활한 만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관성과 싸우는 것이 승리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0일 오찬 간담회에서 “지역사회 전파 제로(0)가 목표지만 (확진자가) 50명 이하로 유지 된다면 이런 상태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코로나19는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 등 보다 고약하고 교활하다”며 “증상 없이 전파된 경우는 코로나19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퍼지는 잔인한 바이러스"라며 "속도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며 “방역 초반에는 공포와 싸웠다면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관성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10일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선거가 시작된 광주광역시 서구 학생교육문화회관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석 달이 넘는 코로나19 방역 기간 가장 자랑스러웠던 기억으로는 지난달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꼽았다. 코로나19의 감염 위험 속에 전국 단위의 선거를 무사히 치러냈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2300만 명 정도 국민이 선거에 참여했는데 이런 나라가 없다”며 “관계부처와 선관위, 지자체가 함께 노력했고 국민이 방역 수칙을 잘 지켜줬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보름간의 잠복기 동안 노심초사했는데 선거로 인한 확진자 발생이 없었다. 거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방역 결과를 높이 평가한 외국의 대사관에서 면담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김 차관은 'K방역'의 위상에 관해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지난 18일에도 영국대사와 자리를 가졌다”며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검사 방식을 따라 하고 전략 및 물품에 관해 물어보고 있고 외신 브리핑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서 뿌듯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생활치료센터 모델 출범 당시 겪었던 국민 설득의 과정의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사는) 지역에 있는 병원에 가지 못 하고 시설로 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해됐다”며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다른 질환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기회를 놓쳐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길은 가지 말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우한 교민을 국내에 데려올 때의 기억도 털어놨다. 교민을 위한 임시생활시설을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만들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차관에게 물병을 던진 주민도 있었다.

김 차관은 “(당시 진천 주민이) 정부가 장소를 바꾼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설득이 어려웠다”며 “돌이켜 보면 격리 시설은 생활치료센터와 비교해도 위험도가 극히 낮았지만, 당시에는 모르는 질병으로부터 오는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도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 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 격리됐던 우한 2차 교민 334명 전원이 퇴소했다. 이날 아산 주민들이 퇴소하는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우한에서 귀국 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2주간 격리됐던 우한 2차 교민 334명 전원이 퇴소했다. 이날 아산 주민들이 퇴소하는 교민들을 환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는 “이제는 편안히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옷도 다 찢어지고 시계도 어디로 날아가 버려서 나중에 찾긴 했지만 고장이나 버려야 했다”며 “이 경험을 통해 국민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어떻게 덜 두렵게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차관은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할 경우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인력의 전문성을 축적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연계강화나 체계 구촉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승격만 된다고 일을 잘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으로서 집행력을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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