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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죽이는 것" 욕설…美 아시아계 코로나 의료진 수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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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미국인 간호사 헹키 림이 미국 내에서 환자들에게 인종차별을 겪은 사례를 워싱턴포스트(WP)에 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영상 캡처]

아시아계 미국인 간호사 헹키 림이 미국 내에서 환자들에게 인종차별을 겪은 사례를 워싱턴포스트(WP)에 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영상 캡처]

미국에서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아시아계 의료진이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보는 시각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국계 미국인 의사 루시 리(28)는 보스턴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취과에 근무한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있었던 일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일을 마치고 병원을 나오는데 한 남성이 따라 오며 "너희 중국인들은 왜 모두를 죽이는 거냐"며 욕설을 쏟아냈다. 루시는 그나마 폭행을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온종일 취약한 환경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자신이 이런 일을 겪는 게 슬프다고도 했다.

LA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인도네시아계 헹키 림(44)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응급실에서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는 환자를 돌보다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아냐, 다 너희들에게서 온 것"이라는 고함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림은 환자에게 진료 거부까지 당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전체 미국 인구의 6% 정도를 차지한다. 의료계 진출 비율은 더 높다. 미국 내과 의사의 18%, 간호사의 10%가 아시아계다. WP에 따르면 최근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의료진들이 겪는 인종차별 사건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의료진에서 전체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범위를 넓히면 언어폭력을 넘어 물리적 공격까지 당하는 사례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증가하고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에서 인종차별을 연구하는 러셀 증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지난 3월 중순 아시아계 여성이 겪은 차별이 남성의 두 배 수준으로 보고됐다. 또, 3월 19일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 연구 단체 웹사이트에 보고한 인종차별 사례는 18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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