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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개발해도 문제”…전문가가 경고한 최악의 상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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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민족주의가 문제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들어간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첫 개발국’이나 ‘자금을 댄 국가’를 우선으로 백신이 공급되는 등 쟁탈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백신 민족주의’를 넘어 '백신 패권'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결과적으로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모습. [AP=연합뉴스]

제인 할튼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회장은 18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자국 우선주의가 발동하면 전 세계가 계속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튼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전 세계 130개 연구팀이 백신 개발에 착수했고, 후보군에 오른 7개 가운데 적어도 1개는 상용화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문제는 백신의 등장 이후다. 할튼 회장은 “백신을 처음 개발한 국가는 전략적 우위를 얻게 될 것”이라면서 “국제 공조보다 자국민에게 우선으로 백신을 공급하려는 ‘자국 우선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백신 민족주의가 코로나19 시대 2차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업체 모더나는 "코로나19백신 임상시험 결과 참가자들 체내에 항체가 생성됐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바이오업체 모더나는 "코로나19백신 임상시험 결과 참가자들 체내에 항체가 생성됐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백신 쟁탈전, 이미 시작됐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는 조짐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개발 경쟁에 나섰다.

미국은 앞서 올해 연말까지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초고속 작전’이라는 미국의 단독 백신 개발 프로젝트다. 이날 미 바이오 업체인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 참가자들 체내에 항체가 생성됐다”고 발표하며 첫 성과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큰 진전이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국도 국유 기업과 연구소, 인민해방군까지 동원하며 ‘속도전’을 내고 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임상시험에 들어간 후보군 중 4개가 중국 연구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백신 개발 국제 공조 프로젝트 등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두 국가는 국제 공조보다 코로나19 첫 백신 개발국이 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백신, 국가 간 격차 벌릴 것”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민족주의가 불러올 불평등에 주목한다. 백신 민족주의가 코로나19 시대의 협력보다는 경쟁을 부추기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는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F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공급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신을 보유한 국가와 보유하지 못한 국가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코로나 백신 개발애 공조하지 않고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은 국제사회의 코로나 백신 개발애 공조하지 않고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은 '공공재'로 보고 사회 취약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등 공급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할튼 회장에 따르면 WHO는 이미 노인·의료보건종사자·빈곤국·면역자 등 코로나19 백신 수여자 우선순위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미·중의 패권전쟁 한편에서 공공·민간단체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 공조에 나섰다. 이달 초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와 주요 20개국(G20),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등 민간단체들이 모여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진단 등을 위해 약 74억 유로(약 10조원)를 모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도 불참했다. CEPI는 “백신에 공평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각국이 직면할 자국 우선주의 충동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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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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